"국내 최초의 극장 주인은 고종황제입니다.

1902년 황실극장인 협률사를 설립했지요.

전통적인 가창과 무용을 주로 공연했고 흥행이 여의치 않을 때는 영화상영도
했습니다."

"한국 근대극장 변천사"(태학사)를 펴낸 유민영(61.단국대교수)씨는 "당시
극장문화를 이끈 주역들은 고종과 민영환 등 지도층 인사였다"며
"세계적으로도 탁월한 지도자가 문화적인 업적을 많이 남겼다"고 말했다.

극장은 공연예술을 창조하고 보급하는 집이며 그런 집이 발전한 나라가
높은 수준의 문화를 누린다는 게 유씨의 지론.

그래서 그는 "극장이야말로 그 나라 문화수준의 척도"라고 강조한다.

"옥내무대가 생기자 문화의 흐름이 달라졌습니다.

시문 숭상의 기록문화에서 근대적 공연문화로 바뀐거죠"

공연 중에서도 탈춤이나 남사당패들의 레퍼토리가 쇠락하고 판소리 재담극
등이 번창하는 등 문화지형도와 사회의식까지 변화가 뒤따랐다는 것이다.

"단성사는 역사가 91년이나 되는 극장입니다.

외국의 3백년 이상 된 극장에 비할수는 없지만 그래도 우리 문화의 뿌리를
보여주는 존재지요"

그는 "광무대와 단성사를 운영했던 박승필 같은 인물은 국악 창극 등
우리정신을 고집스럽게 지키면서 직원들에게도 철저하게 서비스교육을
시켰다"면서 "극장을 오래 유지하려면 단순한 돈벌이 개념보다 경영마인드를
지녀야 한다"고 지적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