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자보호법이 인기 금융상품의 판도를 바꿔 놓고 있다.

높은 이자율을 제시하는 상품보다 원리금을 보장받는 금융상품에 돈에
몰리고 있다.

최근까지 확고부동한 제1의 금융상품이었던 실적배당형 신탁상품조차도
예금자보호법 앞에서는 한풀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새로운 예금자보호법을 계기로 확정금리에 정부의 보장을 받는 상품들이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껏 받으며 급부상하고 있다.

<> 확정금리형 정기 예.적금상품이 뜬다 = 상대적으로 낮은 이자율에도
불구하고 7월말 이전에 가입하면 2000년말까지 원리금이 전액 보장된다는
점때문에 새 인기상품으로 등장하고 있다.

8월이후에 가입해도 2000년말까진 최소한 원금은 보장되기 때문에 앞으로도
예금이 꾸준히 몰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들 상품은 앞으로 금리가 하락하더라도 가입시점의 이자율이 만기때까지
유지된다는 장점도 있다.

전문가들은 최고 1천8백만원까지 세금우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이자
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하는 다른 금융상품과 비교해도 실질 이자율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에따라 현재 은행창구에는 1~2년 만기의 정기 예.적금 가입이 크게 늘고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이 발표되기 전과 비교할
때 확정금리 정기 예.적금 수신고는 평균 30%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 주목받은 금융채와 국공채 = 산업은행의 산금채, 장기신용은행의 장신채
등은 원리금 보호대상일 뿐 아니라 수익률이 보장되고 세금우대 혜택까지
주어진다.

또 국민주택채권 서울시지하철채권 등의 국공채는 예금자보호대상은
아니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행한 채권이므로 떼일 염려가 거의 없다.

게다가 국공채 수익률은 현재 15~16%대를 형성하고 있다.

앞으로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2001년부터는 원금도 2천만원
까지만 보장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5년이상 장기 운용할 수 있는 여유돈의
투자대상으로 고려해 볼만하다.

<> 표지어음이 각광받는다 = 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상업어음을 근거로
발행되는 표지어음도 예금자보호대상에 포함돼 환매조건부채권(RP) 대체
상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RP는 7월1일 가입분부터 보호대상에서 제외됐다.

이에따라 표지어음은 거액예금에 적합할 뿐 아니라 이자율도 16%대로 RP와
비슷해 인기를 끌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RP와 달리 중도해지가 불가능하고 만기후 이자가 없다.

<> 종금사 발행어음도 부상 = 종합금융사가 발행하는 것으로 예금자보호
대상에 포함돼 있다.

무보증 기업어음(CP)이 예금자보호대상에서 제외되면서부터 새삼 관심을
끄는 발행어음은 단기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표적인 종금사 금융상품
이다.

만기는 보통 30~1백80일까지이지만 표지어음과 마찬가지로 고객이 마음대로
저축기간과 금액을 정할 수 있다.

현재 이자율은 연 18~19%로 확정금리상품인 만큼 금리가 하락해도 약정
이자율을 받을 수 있다.

<> 인기 하락세의 금융상품들 = 비과세가계신탁 근로자우대신탁 등
실적배당형 신탁상품은 정부의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고객들이 동요하고 있다.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금보호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 한 예전의 인기를 회복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각 금융기관들은 실적배당형 신탁상품에는 별도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내세워 고객 설득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회사채는 기업부도 위험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자칫 발행기업이 부도날 경우
원금조차 떼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개인투자가 극히 위축된 상황이다.

몇몇 초우량 기업을 제외하곤 사실상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8월1일부터는 보증보험이 보증을 선 회사채도 원리금 보장 대상에서 제외돼
앞으로 더욱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무보증 CP 역시 개인투자가 거의 끊겼다.

< 김수언 기자 soo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