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3시 미도파백화점 상계점.

고객수에서 업계 3위인 이 백화점의 매장에도 예전의 북적거리던 분위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불과 몇달전만 해도 한창 붐비는 시각이면 사람에 치여 짜증스러울 만큼
통행이 불편했던 곳이다.

IMF가 유통업계 일선현장에 몰고온 한파의 위력을 피부로 느끼게 했다.

5일에는 비교적 안정된 상권에 자리잡은 신촌 그레이스백화점의 매장을
찾았다.

쇼핑하기에 쾌적하다고 느낄 정도로 고객 밀도가 낮다.

매장을 찾은 주부 민모(28.마포구 신수동)씨는 "쇼핑하기에 편리해 백화점
에 오지만 예전처럼 물건을 마구 사지는 않는다"며 손에 쥔 메모쪽지를 내
보였다.

쪽지에는 쇼핑할 품목과 가격이 적혀 있었다.

민씨는 "백화점에서 뿌리는 전단을 일일이 챙겨 백화점별로 가격이 어떻게
되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나서 쇼핑계획서를 짠다"고 말했다.

요즘 백화점을 찾는 고객중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는 정상가 상품은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각 매장마다 공장도가 이하 판매전, 여름상품 특가전, 창고대방출전 등
다양한 기획행사를 통해 정상가격보다 30~80%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그랜드백화점 판촉팀의 최석순대리는 "올들어 백화점마다 정기바겐세일
월드컵세일 유명브랜드세일 등 세일을 끊임없이 실시하고 있어 쇼핑정보만
잘 챙기면 오히려 일반 소매점에서보다 훨씬 싼 가격에 상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들어 소비자들이 기획상품 등 특가상품 코너에 대거 몰리는 등
쇼핑정보를 철저히 이용하는 고객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또 반드시 사야 할 물건일지라도 경품이나 사은품이 주어지는 백화점을
골라 원정쇼핑을 하는 고객이 증가했다.

가끔 실시되는 백화점 경매행사에 참여,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제품을 구입
하려는 고객도 많다.

그레이스백화점 판촉팀의 조윤권 팀장은 "각종 응모권과 할인쿠폰을 들고
백화점을 찾는게 IMF이후 새로운 쇼핑풍속도로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 김상철 기자 cheo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