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그룹이 대규모 사업을 맞바꾼다는 빅딜이 불거져 나와 재계와 금융계에
일파만파를 던지고 있다.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이 지난 10일 불쑥 던진 빅딜예고 발언으로 재계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한 분위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회장단회의를 열고 "빅딜 대상업체로 거론되는
기업의 구조조정본부장에게 확인해 본 결과 빅딜은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 빅딜파장을 진화하느라 애쓰고 있다.

하지만 빅딜후보로 거론된 기업 임직원들은 김 실장 발언에 담긴 진의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불안해 하고 있다.

재계와 금융계는 지난 2월에 쟁점으로 떠올랐다가 사화산처럼 사라진
빅딜이 입이 무거워야 하는 청와대비서실장을 통해 재연된 점을 주목, "뭔가
있는게 아니냐"며 반신반의하고 있다.

당시 거론됐던 빅딜 대상은 삼성 현대 LG등 5대 그룹이 하고 있는 자동차
석유화학 반도체사업 등이었다.

이들 사업은 수년간 중복투자논란을 불러 일으키면서 교통정리가 필요한
업종으로 지목돼 왔다.

재계는 기본적으로 주력업종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는데 동의하면서도 이들
사업을 맞교환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자산평가 부채정리 고용승계 주주동의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한 만큼
정치권에서 몰아치는 식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특히 다급한 외자유치나 합작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시에는 교환대상사업이 나돌면서 주가에 영향을 주고 투자자들에게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기업구조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금융감독위원회나 재정경제부도 "모르는 일"
이라며 난감해 하고 있다.

산업정책전문가들은 "자동차 반도체 석유화학 등은 대기업들이 비정상적인
경쟁을 벌여온 사업인 만큼 어떤 형태로든 구조조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러나 "정부가 개입하거나 정치권이 주도하기보다는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정리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사업의 장기전망 시장규모 자산가치등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자율적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