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기업 제너럴모터스(GM)의 존 스미스 회장.

그는 재계에서 ''스텔스 폭격기''로 불린다.

''거프가이''인 책 웰치 GE회장과는 달리 그는 부드러운 말씨에 조용한 성품을
가졌다.

그러나 엄청난 폭발력으로 GM을 뒤흔들어 놓았다.

스미스 회장이 취임하던 92년 GM은 ''파산의 벼랑''끝에 서 있었다.

자동차판매 40% 하락, 2년동안 매일(근무일수 기준) 5천만달러씩 쌓여가는
적자...

참다못한 사외이사들은 이사회때 ''쿠데타''를 일으켜 전격적으로 총수를
갈아치웠는다.

그 새로운 회장이 스미스였다.

그가 GM에 투입한 첫 회생약은 "표준화를 통한 원가절감"이었다.

GM의 최대문제는 통제 불가능의 복잡한 시스템이라는 진단에서였다.

우선 부품부터 공통화했다.

당시 GM에는 무려 27개의 구매부서가 난립해 있었다.

스미스회장은 이를 단일조직으로 통합시켰다.

그리고 제각각이었던 부품들의 표준화에 착수했다.

1백23가지에 달했던 핸들받침대는 50개로 줄었다.

13개 공장의 금형을 표준화하고 프레스 라인의 숫자도 57개에서 6개로
축소시켰다.

이를 통해 절감된 액수는 92,93년 두햇동안 40억달러에 달했다.

이어 생산라인 표준화에도 착수했다.

그는 취임 몇주만에 자동차의 플랫폼(차대)을 12개에서 5개로 줄이는 계획을
내놓았다.

1개모델만 생산했던 각 공장은 2~3개모델이 동시에 생산될수 있도록 유연화
됐다.

"그랑프리"를 생산하던 페어팩스 공장이 대표적인 예였다.

이 공장은 그랑프리판매가 부진하자 가동률이 끝없이 떨어졌고 곧
적자덩어리로 변했다.

스미스 회장은 이 공장 설비를 뜯어고쳐 그랑프리와 신형 올즈모빌을 함께
생산할 수 있도록 고쳤다.

공장은 곧 풀가동을 회복했다.

GM은 또 표준화로 얻어진 원가절감의 토대위에 제품의 "세분화"를
접목시켰다.

스미스 회장은 모든 신형 승용차와 트럭 제품의 시장타깃을 수입, 나이,
운전습관 등에 따라 26개로 세분화시켰다.

여기에 맞춘 디자인 대혁신이 뒤를 이었다.

이 전략은 최악의 판매급락에 시달리던 올즈모빌에 직효를 발휘했다.

부품, 엔지니어링 표준화로 생산시간은 절반, 비용은 3분의1로 줄었다.

1대를 팔때마다 2천달러씩 손해보던 올즈모빌 커틀라스 슈프림.

원가절감과 세분화된 시장타깃에 맞춘 새 디자인 덕분에 97년형 제품은
대당 1천8백달러씩 벌어들이고 있다.

올즈모빌 시장점유율은 10%나 올랐다.

이런 성과뒤에는 스미스 회장의 탁월한 "조직 엔지니어링 기술"이 있었다.

"빠르게, 그러나 전략적으로".

이것이 그의 조직개편 목표였다.

그는 우선 전략 이사회를 창설했다.

주요결정권은 모두 여기서 쥐고 있었다.

여기에는 생산, 엔지니어링, 판매, 마케팅, 재무, 인력, 물류, 구매, 홍보
등 모든 분야의 경영자 14명이 참석했다.

상정안건은 이들 14명의 시각에서 입체조명됐다.

전략적인 결정이 뒤따랐음은 물론이다.

디자인부문도 전략화됐다.

스미스 회장은 디자인 센터도 만들었다.

여기에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엔지니어와 마케팅전문가로 북적였다.

디자인과정에는 반드시 부품호환성, 시장성, 엔지니어링의 개념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스미스 회장은 "재무전문가"였다.

61년 경리직으로 GM에 발을 디딘 스미스 회장은 줄곧 재무통으로 커왔다.

그런만큼 재무시각도 남달랐다.

우선 이익센터를 만들었다.

이곳에 모든 재무기능을 집중했다.

GM의 모든 숫자는 "수익성"이란 프리즘을 통해 조명됐다.

생산량과 수익사이에 균형을 맞추려면 가격을 얼마에 책정해야 하는지도
여기서 결정됐다.

자원배분과 이전가격, 가격결정 등을 한곳에서 입체적으로 보도록 함으로써
GM은 기획능력을 높여갔다.

결과는 성공이었다.

스미스 회장이 GM의 출혈을 멈추게 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꼭 1년반.

92년 2백35억달러의 적자에서 93년에 흑자(25억달러)로 반전됐다.

97년에는 전년대비 35% 늘어난 67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제 스미스 회장의 목표는 "세계초일류 자동차 기업"이라는 과녁으로
옮겨졌다.

그는 이목표를 북미지역의 신모델공략과 해외생산능력 보강이라는 무기로
도전하고 있다.

성장과 국제화가 양대 축인 셈이다.

GM북미사업본부가 지난해 출시한 신모델은 무려 14개.

GM 역사상은 물론 전세계 자동차 산업 사상 최다 기록이었다.

해외생산능력을 크게 늘려 현재 37%인 해외 자동차 판매 비중을 2006년에는
절반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런 그의 목표가 달성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러나 GM의 목표를 "생존"에서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뒤바꾼 것만으로도
그는 이 시대 최고의 경영자다.

< 노혜령 기자 hro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