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박태준 총재는 12일 "빅딜"문제가 정.재계에 파문을 일으키자
김중권 청와대비서실장에 대한 감정의 앙금을 풀지 못했다.

김 실장의 발언이 전혀 본의가 아니라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자신에게 큰
피해를 주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인상이다.

박 총재는 이날 오전 총재단회의에서 "이번에 완전히 봉변을 당했다"고
말했다.

또 "내가 재벌총수들을 다 만나고 다닌 것도 아닌데 마치 내가 다한 것처럼
얘기하고, 재벌 빅딜에 내 이름을 마구 갖다대는 바람에..."라며 여전히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 총재의 이같은 불쾌감 속에는 "재계 빅딜은 박 총재에게 물어보라"는
김 실장의 발언에 대한 불편한 심기외에도 여권핵심부의 최근 기류가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는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즉 "자민련내 상당수 국회의원들이 있지만 상응한 표를 얻지 못했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뉴욕발언에 이은 김 실장의 빅딜 발언 등에 모종의
연관성이 있는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박 총재측에서는 심지어 어떤 이유에서건 그의 입지를 극도로 제한시키려는
"음모"가 내재돼 있는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때문에 박 총재의 한 측근은 전날 모 경제지가 박 총재측에서 입수한
문건이라며 보도한 "5대그룹 빅딜 시나리오"의 진원지를 찾기 위해 밤새도록
동분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측근은 "문건이 황경로씨가 회장으로 있는 포철의 경영연구소"포스리"에
서 작성됐다는 소문이 있어 확인해 봤으나 사실이 아님이 확인됐다"며 "특정
세력이 의도적으로 흘렸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