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와 은행권에서 재벌그룹간 빅딜(사업맞교환)에 관해 준비해
왔다. 김대중 대통령이 귀국하는대로 그 내용이 발표될 것이다"

박태영 산업자원부장관이 11일 로스앤젤레스 투자포럼에서 빅딜을
기정사실화해 한풀 꺾이는듯 했던 빅딜파문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은행고위관계자가 쟁점이 되고 있는 3각빅딜(삼성자동차 현대석유화학
LG반도체간 교환) 대상 기업 모두 부실판정대상에 올라 있다고 확인, 부실
판정작업과 빅딜의 연계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치권은 김중권 대통령비서실장의 빅딜발언파문이 커지자 "사업맞교환을
강제할수는 없는 일"이라며 발을 뺐다.

박지원 청와대대변인도 "김실장의 발언이 잘못 전달됐다"고 해명했다.

부실판정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도 "빅딜은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전경련회장단 마저도 "소문처럼 빅딜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정치권 금감위 해당 그룹 모두 빅딜은 "소설"에 불과하다는 해명에 애를
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은행권에선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빅딜의 후보로 알려져 있는 빅3가 부실판정의 도마위에 올라 있는 것이다.

이는 금감위가 지난달말 끝난 1차 부실기업판정작업을 보완토록 지시하면서
"미분류" 대상 기업도 회생여부를 판정하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당시 은행들은 장치산업, 회사설립 3년미만, 본격적인 매출기록미흡 등의
이유를 들어 상당수 대기업을 미분류기업으로 간주했다.

삼성자동차 현대석유화학 LG반도체가 미분류기업으로 부실여부판정을
비켜갔다.

물론 이들이 이번 재판정작업에서 회생가능기업이 될지, 정리대상으로
분류될지는 알수 없다.

하지만 일단 생사여부를 심사한다는 것 자체가 해당 그룹에는 엄청남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관계자는 "만일 이들중 어느 업체가 정리대상으로 분류될 경우 사업
맞교환이라는 대안을 모색하지 않을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맞교환은 실효성이 적은데다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중복투자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대형사업의 교통정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선택해야 할지 모른다.

특히 박 장관 주최의 투자포럼에 참석한 컨설팅업체인 수킨사의 제임스
수킨 대표는 "5대 그룹에 속하는 한국의 2개 재벌 그룹회장이 사업교환을
전제로 기업분석을 의뢰해 재산평가를 한 적이 있다.

이 사업교환은 한달이내 공식 발표될 것으로 안다"고 말해 주목을 끌었다.

은행들은 그러나 부실여부판정만 내릴뿐 맞교환은 전적으로 해당 그룹에
맡길 예정이다.

잠잠해지는듯 했던 빅딜이 부실기업판정작업과 어떻게 맞물려 돌아갈지
주목된다.

은행들은 부실판정작업을 13일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금감위는 대상기업을 모아 16일전후 김대통령에게 보고하고 18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은행권에선 40여개 기업이 정리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

여기에는 5대그룹 계열사도 그룹당 2~3개가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도마위에 오른 3각빅딜의 후보기업들이 끼여들어갈 경우 부실기업
판정의 충격은 걷잡을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