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신사의 외수펀드에 2억5천만달러가량을 투자하고 있는 미국계 헤지
펀드인 타이거펀드가 대량의 환매를 요청했다.

또 아시아에 진출해 있는 리저널 펀드도 미국 유럽 고객들의 환매 요청으로
한국 주식을 무더기로 팔아치우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이탈"조짐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엔화가 달러당 1백44엔까지 폭락하는 등 아시아금융시장 불안이 증폭
되자 아시아비중을 줄이는 동시에 한국비중도 줄이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타이거펀드는 한 대형 투신사에 외수펀드 5천만달러
를 환매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국인 전용수익증권 환매요청은 주식을 팔아 달러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한국철수를 의미한다.

타이거펀드는 현재 한국투신 대한투신 국민투신운용 등 3대 투신사 외수펀드
에 모두 2억5천만달러정도를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타이거펀드는 투자 속성이 "all or nothing(전부
아니면 현상태 유지)"이라면서 "현재 분위기로 봐선 다른 투신사의 외수펀드
에 대해서도 환매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같은 환매요청으로 투신사는 외수펀드 편입된 포철 SK이동통신 삼성화재
등 대형 우량주를 처분할 수 밖에 없어 증시충격은 예상외로 클 것으로
보인다.

타이거펀드는 또 최근월물이 9월물에 대해 지난 12일 5천계약을 신규매도
하는 등 누적 매도포지션이 이미 1만계약을 웃돌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타이거펀드에 앞서 아팔루사펀드도 지난달말 대우통신과 효성T&C을 대거
처분하면서 한국을 떠난바 있다.

증시분석가들사이에선 타이거펀드의 외수펀드 환매요청은 지난 1월이후
한국증시를 떠받쳐왔던 헤지펀드들의 "도미노철수"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한편 홍콩에 본부를 두고 있는 아시아 리저널 펀드도 MSCI(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 아시아태평양(일본제외)지수가 급락하면서 매도규모를 늘리고
있다.

조은성 대우증권 홍콩현지법인 사장은 "홍콩이나 싱가포르에 사무소를 두고
있는 미국 및 유럽의 리저널 펀드들이 아시아 주가 하락에 따라 대규모 환매
요청에 시달리고 있다"며 "대부분의 리저널 펀드들이 환매자금 마련을 위해
아시아 주식 처분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한국의 경우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삼성전자나 은행주들을 중심
으로 당분간 계속 매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외국계 증권사 한 관계자는 "아시아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환율에 대단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특히 홍콩의 중국관련주식의 폭락으로 위안화
절하가 임박했다고 보는 외국인이 무차별 매도 징후까지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투신권엔 국내 투자자들의 수익증권 환매요청도 잇따르고 있어 투신사
의 주식매도물량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3대 투신사의 경우 이달들어 11일까지 5천5백억정도가 인출된 것으로 집계
됐다.

< 장진모 기자 jang@ 박준동 기자 jdpowe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