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 청와대비서실장의 "빅딜" 발언에 격분해 있던 자민련 관계자들이
12일오후들어 돌연 입조심하고 나섰다.

박태준 총재는 이날 총재단회의에서 "김중권 실장의 발언은 오늘부터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김실장 발언을 더이상 문제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날 회의가 끝난뒤 변웅전 대변인도 "김 실장의 빅딜 발언은 어제
자민련의 입장 발표로 매듭을 지었다"고 발표했다.

변 대변인은 그러면서 "우리가 비공식적으로 알아본 결과 김 실장이
미국을 방문중인 김대중 대통령과 어제 3차례 전화통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는 모르나 발언의 파문과 관련된
진상을 정확히 보고하라는 것이었고, 김 대통령의 꾸짖음을 받은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당안팎에서는 김 대통령이 김 실장의 발언으로 국내사정이
시끄러워진 것을 알고 김 실장을 꾸짖은뒤 박 총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오해를 푼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준병 사무총장은 그러나 "박 총재가 김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당직자 가운데 한분이 비공적으로 알아본 결과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어찌됐든 박 총재가 조기진화에 나선 것은 이번 파문이 계속 확산될
경우 공동정부내의 파열음을 증폭시켜 이른바 "DJT연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듯하다.

또 김 실장 발언을 정면 반박하는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박 총재가
"대기업 빅딜"파문의 중심으로 부상하게 됐다는 인식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 김형배 기자 kh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