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추락은 어디서 멈출까.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엔화가 떨어지자 "달러당 1백50엔에 근접하면
제동이 걸릴 것"이라던 전망조차 흔들리고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엔화를 두고 "브레이크 없이 내리막 길을 달리는
도요타"라는 비유도 나오고 있다.

엔의 추락을 막을 제동장치란 두가지 뿐이다.

첫째는 미국과 일본이 시장에 개입해 엔을 사들이고 달러를 파는 것이다.

또하나는 일본의 경제상황이 호전돼 엔이 강세로 돌아서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이 두가지가 다 기대하기 어렵다.

전자에 대해서는 미국이 "일시적 처방일 뿐"(루빈 미재무장관)이라며
회의적인 태도다.

후자, 즉 일본경제의 상황은 호전은 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일본경제는 작년 4.4분기에 이어 올 1.4분기에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또 가장 최근의 지표인 5월중 가계소비지출도 2.1% 감소했다.

이에따라 국제금융계에서 내다보는 엔화의 바닥은 더욱 내려가고 있다.

달러당 2백엔, 2백50엔을 점치는 얘기가 나와도 이제는 "설마..."라는
반응이 별로 없다.

가령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 19일자는 "아시아의 악몽"이라는 기사에서
"금융시장에서는 머잖아 달러당 2백엔에 이를 것이라는 설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투자자문회사인 프린스턴 이코노믹스 인터내셔널의
마틴 암스트롱회장은 최근 "엔달러 환율이 내년에는 달러당 2백엔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95년4월의 슈퍼엔고 사태를 6개월전에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던
암스트롱회장은 또 "오는 2003년이전에 달러당 최고 2백78엔까지 오를 것"
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이같은 전망은 이코노미스트지가 "악몽"이라고 표현했듯이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로한 비관론이다.

극단적인 상황이란 미국이 끝까지 시장개입을 거부하고 일본의 경제상황도
불황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말한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사태가 이런 지경까지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본이 지난 4월에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올 가을쯤이면 효과를 나타내고
그렇게 되면 미국도 엔화방어에 협조적으로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러당 1백50엔선이 무너지더라도 올가을을 전후해서는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 임혁 기자 limhyuck@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