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업계에 일본 중국 동남아등 주요 수출시장을 잃게 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엔화가치의 속락 때문이다.

엔화가치가 달러당 1백40엔선으로 하락하면서 일본바이어들이 주문을
크게 줄어드는등 대일수출에서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는등 대외수출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종합상사등은 달러당 1백50엔을 기준으로 삼아 수출전략을 새로 짜는
모습이다.

종합상사등 무역업계는 엔화가 추락하면서 일본과 치열한 수출경쟁을
벌이는 전자 자동차의 마케팅에서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엔저로 수출영업위축=엔화약세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는건 전자제품
및 자동차수출이다.

(주)대우 영업담당자는 최근까지 일본제품과 10% 가격차이를 보이던
전자제품의 수출가격이 비슷해져 바이어들이 단가인하를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있다고 말했다.

국내 가전 3사는 엔화값이 1백50엔대로 속락하면 가격경쟁력을 잃어
수출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동급차종의 경우 자동차수출가격은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20%가량
저렴했다.

그러나 최근 엔화가치가 빠른 속도로 떨어지면서 중남미 등 일부지역에서
가격경쟁우위를 잃어가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내수부진으로 공장가동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출까지
차질을 빚을 경우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값이 1백50엔대로 떨어지면 철강, 조선업체들도 출혈수출을 각오해야
한다.

종이 펄프 고무제품 등 일본제품과 경쟁을 벌이는 품목도 영향을 받게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경제타격이 더 문제=수출업계는 엔저에 따른 수출감소보다
아시아경제에 미칠 파급효과를 더 걱정하고 있다.

엔화속락으로 중국경제가 휘청거려 위안화가 평가절하될 경우 우리
주력시장인 아시아경제권 전체가 뿌리채 흔들리게 된다.

동남아 각국이 경쟁적으로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동남아 등 전체수출의 40%를 차지하는
주력시장을 잃게 된다.

<>대책은 없나=우리나라 수출산업구조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하다.

한국무역협회조사에 따르면 한일 양국의 수출상위 50개품목에 동시에
포함된 경합품목은 자동차 전자 등 24개품목이다.

지난해 이들 24개품목은 우리나라 전체수출에서 43%를 차지했다.

때문에 수출시장에서 한일간 제품 및 가격경쟁력을 종합적으로 따져
마케팅전략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지화 등을 통한 영업능력도 강화해야 한다.

신원식 무역협회상무는 "몇몇 품목으로 특정지역을 공략하는 방식의
기존 전략으로 수출시장을 지킬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양한 중소기업품목으로 신시장을 개척하지 않으면 해외에서 설땅을
잃게 된다.

< 이익원 기자 i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