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석유화학 삼성자동차 LG반도체가 퇴출심사대상기업에 포함돼 있는게
확인되면서 다시 "3각 빅딜"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김중권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빅딜 성사"가 흘러나올 때만 해도 설마
하던 해당 그룹들은 이들 3개 업체가 퇴출심사대상에 포함돼 있다는 얘기가
나오자 펄쩍 뛰며 부인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이 해외출장중 11일 급거 귀국한 것도 정부 주도의 "3각
빅딜안"에 대한 대책을 마련키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각 빅딜의 골격은 현대가 석유화학을 LG에, LG가 반도체를 삼성에, 삼성이
자동차를 현대에 넘긴다는 것.

이에 대해 각 그룹은 정부가 짜놓은 시나리오대로 기업의 빅딜을 진행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반대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빅딜이 꼭 구조조정의 핵심은 아니다"며 "정부 주도의
빅딜이 가져올 후유증을 반드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빅딜은 선진국에서도 쉽게 예를 찾아볼 수 없다"며 "정부가
단지 대외적으로 개혁이미지를 전달하려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 아니냐"며
정부를 비난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빅딜안을 밀어붙이면 예상치 못한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며 "정부가 아닌 금융기관을 통한 구조조정만으로도 개혁의지를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해당 그룹들은 더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를 내놓아야할 LG와 석유화학을 내놓아야할 현대는 더욱 반발의
강도가 높다.

LG는 "그룹내 다른 부실기업이라면 몰라도 미래 산업인 반도체를 내놓으라는
것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며 반발했다.

현대도 "이제 막 대단위 투자를 마무리한 석유화학을 삼성자동차와 같은
부실기업과 바꾸라는게 어디 가당한 얘기냐"며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의 이재우 박사는 "기업간의 자발적
빅딜이라면 전혀 문제가 없으나 여기에 정부가 개입해 강제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큰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업의 상호거래는 서구에도 흔히 있는 일이나 정부가 강제로 추진
하는 것은 산업합리화 정책 등 과거 실패한 구조조정정책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구조조정은 어디까지나 시장원리에 맞춰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