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가 무너지는가.

회생의 실마리를 못찾고 헤매는 사이 경제대국 일본이 서서히 추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마침내 현실화되고 있다.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하락해 본격적인 경기후퇴기로 접어들고 있으며
기업도산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엔화는 연일 폭락세를 멈추지 않고 주가 채권값마저
급격히 빠지는 이른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일본 경제기획청이 12일 발표한 지난 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 1.3%로 2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당초 일본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마이너스
1%밑으로 떨어진 것에 대해서는 당황하는 빛이 역력하다.

지난 3월31일로 끝난 97회계연도의 총GDP도 전년보다 0.7% 감소했다.

연도별 GDP가 감소로 돌아선 것은 지난 74회계연도(0.5% 감소) 이후
23년만에 처음이다.

누카야 신페이(강곡진평) 경제기획청 사무차관은 아시아 경제위기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예상보다 컸다면서 "이번 GDP 수치는 일본의 실물경제가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완곡하게 표현한 "어려운 상황"이란 사실상 일본경제가 경기후퇴
(Recession)기로 접어들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경제예측기관에서는 GDP가 2분기 연속 줄어들 경우 경기후퇴로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다 물가지수는 하락하는데도 소비는 오히려 위축되고 있어
일본경제는 본격적인 디플레 국면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일본중앙은행조차 "일본경제가 디플레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경기침체는 곧바로 실물부문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일본경제 부흥의 견인차였던 제조업 등 산업의 붕괴가 가속화되고
있다.

민간 신용조사회사인 데이코쿠뱅크에 따르면 지난 5월 일본의 기업도산
(부채 1천만엔 이상) 건수는 1천7백91건으로 5월의 도산중에선 지난
84년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과 건설업이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이 기업도산으로 인한 고용불안은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엔화가치의 폭락은 이같은 일본경제 붕괴의 상징적인 대목일 뿐이다.

여기에다 주가와 채권값의 동반폭락이라는 트리플약세도 이미 일본경제
침체의 대표적인 지수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는 일본내 자금의 급속한 해외이탈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정작 큰 문제는 일본정부로서도 대책이 전무한 상태라는 점이다.

유일한 대안으로 올연초께 16조엔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놨으나
무효성은 이미 검증이 돼버렸다.

한마디로 추락하는 일본경제엔 날개가 없는 형국이다.

< 정종태 기자 jtch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