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국제 금융계의 큰손 조지 소로스가 세계경제 공멸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소로스는 11일 스웨덴의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엔화약세가 아시아의 경제위기 극복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이같이 경고했다.

그는 특히 한국을 예로 들어 "일부 아시아국들은 경제회생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지만 엔화약세가 암초로 등장했다"고 지적한 후 "이에따라
아시아의 경제위기 해소는 6개월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히 지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일본에 대해서는 "이미 지난 30년대 대공황때와 유사한 상태"라면서
"이대로 가다간 세계경제를 침몰로 이끌고 갈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소로스는 이어 "미국 유럽 등 서방 선진국들은 아시아 위기 덕분에
보다 싼값에 아시아 상품을 수입할 수 있다는 잘못된 안도감을 갖고
있다"고 비판한 후 "주변부 국가의 희생으로 중심국들이 번영을 누리는
이런 상황은 오래 갈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특히 "인플레 압력 완화"를 위해 달러강세를
방치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와함께 그는 "IMF는 채권국들에 대해서만 엄격한 조건을 강요하고
있지만 국제 채권은행들에도 아시아 위기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IMF와 국제채권은행단에 대해서도 비판을 가했다.

소로스는 끝으로 "지금같은 상황에서는 엔화약세를 막으려는 시장개입도
먹혀들지 않을 것"이라며 세계 경제의 몰락을 막기 위해서는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구조적인 개혁만이 해결책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수파차이 파닛팍 태국부총리도 이날 방콕에서 열린 아시아 금융위기에
관한 회의에서 엔화가 계속 하락하면 아시아 금융혼란이 또한차례 발생,
세계적 경기후퇴로 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 김혜수 기자 dearsoo@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