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증시에서 "큰손"으로 통하는 미국계 헤지펀드인 타이거펀드의 움직임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2일 5천만달러의 외수펀드를 환매요청한 타이거펀드가 13일에는 되레
주식매수 주문을 낸 것으로 파악돼 그 진의에 증시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주말 주식시장에서 타이거펀드는 국민투신운용 외수펀드를 통해 포철
SK텔레콤 삼성화재 등에 3백억원의 매수주문을 내 1백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수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한국증시에서 "손을 털 것"으로 관측된 타이거펀드가
돌연예상을 뒤집으며 주식매수에 나선 것이다.

증권계에서는 타이거펀드의 이날 주식매수에도 불구, "한국탈출"이라는
기본전략은 변함없다는게 일반적인 견해다.

이날 주식매수는 전략노출에 대한 "단기대응"차원에서의 행동일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한 투신사 선물펀드매니저는 "타이거펀드의 환매요청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가가 폭락해 주식을 헐값에 팔수밖에 없고 따라서 손실이 예상밖으로
커진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일단 매수주문을 함으로써 주가를 어느정도 회복시켜 놓은 뒤 다시
팔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선물에서 이익을 극대화하자는 포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헤지펀드들은 통상 대량의 주식을 매도하기전에 공격적으로 선물매도포지션
을 취하게 마련이다.

이때 선물을 높은 가격에 판뒤 주가가 떨어지면 차익은 커진다.

포철 SK텔레콤등 지수비중이 높은 블루칩을 매수한 것도 선물매도를 위한
현물매수 전략으로 풀이된다.

타이거펀드는 한국투신 외수펀드에 1억2천만달러를 비롯 국민투신운용
1억달러, 대한투신 2천만달러등 국내 외수펀드에 모두 2억5천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한 투신사에 5천만달러를 환매요청한 사실이 확인되고 난뒤 다른 투신에도
5천만달러 상당의 환매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한국탈출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 이번 타이거펀드의 한국철수를 주도하고 있는 이가 한국인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빌 황(36)이 바로 주인공.

그는 고등학교 2학년때 부모와 함께 미국으로 이민, 명문 UCLA를 나왔다.

현대증권 미국법인을 거쳐 페레그린증권 뉴욕지점의 브로커로 근무하다
지난 96년 9월께 타이거펀드의 펀드매니저로 스카우트된 인물이다.

작년 10월께 한국을 맡으면서 선물투자에서 엄청난 수익을 올려 최근
수백만달러의 보너스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장진모 기자 j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