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가 기업 및 금융구조조정의 복병으로 등장했다.

일본엔화가치 급락으로 상당수 정상기업들이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은행들의 퇴출대상기업분류가 자칫하면 무의미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증시붕락으로 인해 투자손실을 본 외국인들은 기업 및 은행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런 현상이 가속화되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에도 불구하고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일정이 차질을 빚을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엔저가 지속되면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전기전자 자동차 선박 등 주력업종
을 중심으로 수출이 감소할건 뻔하다.

엔화가치가 10% 하락하면 수출은 연간 12억달러 감소할 전망(한국은행)이다.

뿐만 아니다.

엔저는 필연적으로 원화값 하락으로 이어진다.

금융연구원은 엔화값이 달러당 1백40엔대에서 고착될 경우 원화값은 달러당
1천4백50-1천5백50원 수준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화가치가 급속히 하락할 경우 기업들은 막대한 환차손을 입을수 밖에
없다.

더욱이 금리상승까지 겹치면 기업들의 채산성은 최악으로 떨어진다.

이렇게되면 은행들이 선정한 퇴출대상기업은 무의미해진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들이 18일께 발표할 퇴출대상기업과 똑같은 기준을 다른 기업에 적용할
경우 상당수 기업이 무더기로 퇴출대상으로 낙인찔힐 운명에 직면할수 있어
서다.

기업구조조정의 밑그림이 흔들릴수 있다는 얘기다.

엔저에 따른 외국인들의 움직임도 구조조정의 변수다.

단순히 외국인들이 한국탈출을 시도,주가와 원화값이 동반하락한다는
차원이 아니다.

은행 및 기업합병으로 인한 우량주의 가치하락을 우려하는 외국인들은 합병
에 반대하고 있다.

대표적인게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다.

이미 외국인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로 아남 신원 거평 효성 등
상당수 기업들의 계열사합병 및 정리계획이 무산되거나 차질을 빚고 있다.

신원그룹의 경우 지난 8일 주총에서 신원 신원제이엠씨 광명전기
신원인더스트리를 합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합병에 반대하는 31.5%의 주주들이 2백82억원에 달하는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 합병계획을 보류했다.

주력계열사 4개를 합병키로한 효성그룹도 상장사인 효성T&C와 효성물산의
외국인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조짐이 나타나 긴장하고 있다.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대해 보유주식을
사달라고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회사는 2개월 이내에 주식을 사줘야만해 매입자금이 없으면 합병계획을
추진할수 없게 된다.

은행간 합병에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인들은 우량은행이 부실은행과 합칠 경우 주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
우량은행주를 집중 매도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주가가 떨어진 우량은행들은 주가를 기준으로 합병해야 한다는
원칙 때문에 부실은행과 합병을 망설이고 있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