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빅딜(사업맞교환)대상 기업을 퇴출대상에서 제외하되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워크아웃) 과정에서 빅딜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유도키로 했다.

김대중대통령도 14일 은행을 통해 빅딜을 유도할 방침을 시사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귀국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모든 기업들이 국제경쟁력을
갖추고 국민에게 더이상 부담을 주지 않는 개혁체제를 갖춰야 한다"며
"기업개혁에는 5대그룹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 등 금융기관을 통해 기업 구조조정의 효과가 강력히 발휘되도록
할 생각"이라며 "금융기관이 기업 구조조정을 잘못할 경우 정부는
은행감독원을 발동해 기업구조조정을 제대로 하도록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
고 강조했다.

김대통령은 또 "경제개혁이 성공하면 5대 그룹의 공이고 잘못되면 5대
그룹이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관련 은행들은 퇴출대상 부실기업명단을 확정, 간사은행인 상업은행을
통해 금융감독위원회에 보고했다.

퇴출대상기업은 모두 35개 안팎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대그룹 계열사는 8개가 퇴출대상으로 분류됐으며 <>협조융자그룹 계열사
6개 <>64대그룹 계열사 6개 <>기타 대기업 15개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관심을 모았던 삼성자동차 LG반도체 현대석유화학 등 빅딜대상으로
거론되는 5대그룹 계열사는 퇴출대상에서 일단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들은 이들 업체에 대해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할 경우 회생이 가능
하다"며 "조건부 회생가능"판정을 내렸다.

은행들은 이들 기업에 대한 워크아웃과정에서 빅딜 출자전환 부채탕감
사업부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유도키로 했다.

은행들의 이런 방침은 빅딜대상기업을 당장 퇴출대상으로 분류하지는
않으면서도 사실상 빅딜을 성사시킬수 밖에 없도록 압박을 가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의 발언내용과 은행들의 입장을 종합해 보면 앞으로 기업구조조정의
방향이 드러난다.

5대그룹 계열사중 사회적파장이 적은 개별기업은 즉시 퇴출시키되 주력
계열사는 워크아웃과정에서 빅딜 등을 통해 교통정리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이를위해 조만간 "부실판정조정위원회"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중
이다.

이 기구는 세계은행(IBRD)이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회생가능기업에 대한
부채구조조정을 단행, 빅딜 등을 권유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빅딜과정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없앨수 있는데다 기업들
도 어쩔수없이 빅딜을 단행할수 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리게될 전망이다.

실제 은행관계자들은 "은행을 통한 빅딜유도는 치밀하게 준비된 듯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이번에 5대그룹의 이른바 빅딜대상업체도 부실판정대상에 올려
심사를 진행했으나 이들을 퇴출시킬 경우 은행들이 받는 타격은 엄청나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도 앞으로 정부의 의지에 따라 빅딜을 위한
강력한 압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이헌재 위원장등 금융감독위원회 관계자들은 이날 은행들이 보고한
퇴출대상기업의 타당성여부를 집중 검토했다.

이 자리에서는 5대 그룹계열사중 12-13개가 대상에 올랐으나 주채권은행의
반대로 8개로 줄어든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져 주목된다.

금감위는 16일께 퇴출대상기업을 김 대통령에게 보고한뒤 18일쯤 명단을
발표할 예정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