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고급 추리소설을 발표해온 작가 임사라(35)씨가 로맨틱 미스터리
장편 "퍼즐살인"(신원문화사)을 펴냈다.

국내 정상급 추리작가들이 참여하는 "98신원 미스터리 클럽"시리즈의
제1탄이다.

그는 사건중심의 단순 스토리에 그치지 않고 현대인의 굴곡진 삶을 밀도
있게 그려냄으로써 "재미와 감동을 한꺼번에 직조하는 작가"로 불린다.

이번 소설은 사랑을 잃은 사람들과 그들의 비극적인 운명을 추적하는 형사
"쏘비"의 궤적을 따라 전개된다.

애증의 소용돌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들이 "씨줄"이라면 상처의 가장자리를
어루만지는 "쏘비"의 여정이 "날줄"을 이룬다.

보스턴 시경 한국계 형사인 쏘비는 휴가차 부여에 왔다가 의문의 죽음과
마주친다.

고국 신혼여행중 낙화암에서 자살한 여인 노혜성과 그녀의 남편인 화가
하승찬.

현장 부근을 빠져나가는 지프차를 목격한 쏘비는 미국으로 돌아온 뒤
실타래처럼 얽힌 두뇌게임의 현장으로 빨려든다.

겹겹의 복선을 하나씩 벗겨가던 그는 죽은 여인이 노혜성의 언니인 노진성
이라는 사실을 밝혀낸다.

노혜성은 언니를 편애하는 아버지때문에 어려서부터 증오를 키웠고 급기야
노진성의 대리인생을 산다.

또다른 비밀의 여인 류양지.

노진성에게 아버지를 빼앗기고 "응징"을 벼르던 양지는 논문도용으로
학위를 딴 하승찬을 음모에 끌어들인다.

여기에 떠돌이 남자 이신철과 정인식, 미술품 밀매를 둘러싼 음모와
덴마크 화가의 "너는 결코 모른다"라는 그림얘기가 겹쳐지면서 애증의
스펙트럼은 갈수록 확산된다.

일반적인 추리소설이 "미로찾기"에 초점을 맞춘데 비해 이 작품은 "미로
따라가기"형식을 띠고 있다.

여러가지 무늬를 지닌 단면들을 각기 다른 각도에서 비춘 뒤 점차 입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따라서 작가는 사건해결보다 등장인물들의 내면적인 갈등과 욕망에 렌즈를
맞춘다.

미국과 한국을 왕래하며 활동중인 그는 "서양의 경우 베스트셀러의 절반
이상이 미스터리"라며 "추리문학은 단순한 오락물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의미를 통해 인생의 명암을 깊이있게 담아낼 수 있는 장르"라고 말한다.

"로빈 쿡이나 존 그리샴 등은 사회적 상상력과 지적 서스펜스를 훌륭하게
접목시킨 작가들이죠. 우린 현실문제에 짓눌린 탓인지 상상력의 벽이 너무
높은 것 같아요"

그는 "정통이나 순수 규격 같은 단어만이 힘을 가진 세상에서 정형의 틀을
거부하고 창조적으로 파괴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미스터리 문학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