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IBM의 독일자회사에서 일하던 네 명의 젊은이들이 회사를 그만두고
새로 SAP라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만든다.

그 후 밤낮없이 열심히 일해 온 이들은 20여년이 지난 오늘날 독일 최초의
소프트웨어 억만장자들이다.

70년대에 하인츠 닉스도르프가 미니컴퓨터로 돌풍을 일으킨 이래 독일에서
기업가정신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처음이다.

닉스도르프가 만든 컴퓨터회사는 현재 지멘스-닉스도르프의 컴퓨터부문
자회사이다.

기업용 회계.재무패키지를 생산.판매하는 SAP는 이른바 클라이언트-서버
애플리케이션시장에서 로터스 오라클 등의 경쟁사들을 압도하고 있다.

보수적인 분위기가 만연한 독일에서 SAP는 아주 특이한 존재이다.

독일인들은 불과 43%만이 기술 덕분에 그들의 생활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반면 일본에서는 그 숫자가 74%이다.

또 일본이나 미국에 비해 독일에서는 전화자동응답기 VTR 가정용 컴퓨터
등의 보급률이 매우 낮다.

그리고 창업가들을 밀어 주는 투자자도 독일에는 많지않다.

하지만 SAP같은 소프트웨어회사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일단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자금조달이 창업의 걸림돌이 되지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SAP의 성공을 잘 설명해 주는 것은 창업자들의 기업가
정신이다.

이 회사는 비록 하이델베르크 교외에 위치하고 있지만 근무풍토는 미국
캘리포니아식이다.

즉 딱딱한 분위기의 독일회사들과는 달리 SAP에서는 종업원들이 샌들을
신고 다니며 근무시간을 스스로 정할 수 있다.

플라트너 부회장은 캘리포니아에 집과 포르셰, 요트가 있으며 그 곳에서
자기 시간의 3분의1을 보낸다.

그는 오래전부터 낡은 관습을 깨기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언젠가 거대한 전자회사 지멘스에서 입사면담을 한 바 있는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면담을 하면서 지멘스에서는 도저히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직감했다.

그 회사는 마치 우체국 같다."

지멘스를 포기하고 IBM에 들어간 그는 회사가 그의 아이디어를 밀어주지
않자 세명의 동료들과 함께 회사를 나와 SAP를 차린 것이다.

그 아이디어란 기업에 회계및 재무관리에 쓸수 있는 표준화된 컴퓨터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었다.

SAP는 최근에 R/3라는 신제품을 내놓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으며 미국에선
선 마이크로시스템같은 하드웨어 제조회사와 제휴하여 고객들이 한 번의
거래로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게 하고 있다.

그들의 이러한 실적이 외형및 이익의 꾸준한 성장으로 나타남은 말할 것도
없다.

유필화 < 성균관대 교수/경영학 phyoo362@ hitel.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