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의 단기적인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달러당 1백45엔"마저 맥없이
무너졌다.

낙폭도 과거와는 비교가 안되게 크다.

이에따라 국제금융시장에 대한 엔저 충격은 어느때보다 강하다.

새로운 악재도 없었다.

떨어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성의 법칙"이 가장
큰 요인이다.

마지노선에서는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는게 보통이지만 15일
도쿄시장에서는 변변한 저항마저도 없이 145엔을 지나 146엔선까지 일방적
으로 밀렸다.

1백45엔선을 무너뜨린 엔저관성은 이날 1백46엔선도 허물어 한때 엔을
달러당 1백46.58엔까지 떨어뜨렸다.

"낙폭이 같더라도 엔환율이 1백44엔선을 넘어선 것보다는 1백45엔선을
돌파한 것은 그 영향면에서 차원이 다르다"고 영국 바클레이즈캐피탈의
헨리 윌모어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한다.

1백45엔선은 심리적으로 투자자들의 불안을 가중시키는 기준선인 탓이다.

이 기준선이 쉽게 무너질 경우 국제증시와 환시가 받는 충격은 치열한
공방전끝에 붕괴될때에 비해 훨씬 더 크다.

준비없는 무방비상태에서 일격을 당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동남아통화가치와 주가는 엔환율이 1백45엔선을 가볍게 넘어서자 큰 폭으로
빠졌다.

지난 1개월동안 엔화의 사이클은 과거엔 보지 못했던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1주일동안에만 달러당 5엔이나 떨어졌다.

12일에도 하루 낙폭이 3.05엔이나 됐다.

하루에 3엔이상 떨어지는 것은 중동전쟁발발 같은 돌발적인 위기때나
경험할수 있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지난 한주동안 홍콩주가는 14.6%, 태국주가는 12.2%나 빠졌다.

이처럼 주요 저지선이 힘없이 붕괴된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앞으로도 엔저를 강력히 저지할 버팀목이 "사실상" 없다는 얘기다.

1백50엔 선에서의 공방전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미국 프루덴셜증권의 환율분석가인 캐시 존스는 심지어 "이번 주중에라도
1백50엔선이 깨질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와관련, 로버트 루빈 미국재무장관과 앨런 그린스펀 연준리(FRB)의장이
또다시 세계금융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은 17일 미의회 은행위원회에 출석,미경제상황과 국제환율문제를
거론하기로 돼있다.

이 자리에서 이들이 어떤 발언을 하느냐에 따라 향후 엔환율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