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계사전에는 역에 태극이 있다.

이것이 양의(음양)를 낳고 양의가 사상에 태극을 낳고 사상이 팔괘를
낳는다고 하였다.

세상 만물의 형성이치를 설명하는 대목이다.

이 구절에서 알 수 있듯이 태극은 음양이 분화되기 전의 혼돈(chaos)
그 자체를 말하며 우주의 발생적인 근원으로 표상한다.

즉 모든 일의 시작으로 간주할 수 있다.

원래의 태극은 좌양우음의 원리에 따라 음양이 동서로 양분되어 있으며
그 중심부에 하나의 씨눈이 발아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렇게 완성된 태극을 유극이라고 한다.

이는 무시무종의 무극에서 유시유종의 태극을 거쳐 최종적으로 완성된
단계를 의미한다.

그러니 무극과 태극은 본래 하나의 의미이다.

우리 국기의 태극 모양은 원래의 형태를 벗어나 가로로 누워서 상하 붉고
푸른 대립적인 구도로 재배치되어 있다.

남북으로 나뉘어져 있는 모양이 분단을 상징하듯 되어있는 것이다.

이 우주의 생성소멸과 관련하여 다양한 물리학적 이론이 정립되어 있다.

그러나 자연현상 자체가 주는 교훈을 통해서, 양이 성행해서 우주의 탄생과
성장이 이루어지고, 음이 성행해서 우주의 소멸로 이어진다는 것을 손쉽게
추리해낼 수가 있다.

봄에서 겨울로의 변화에 유추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우주의 변화는 음과 양의 조화논리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운동으로
정의할 수 있으며 태극은 그 모체가 된다고 할 수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흔히 볼 수 있는 삼태극의 문양이 우리나라에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위에 언급한 좌우양음이 서로 사귀어 하나의 씨를 그 사이에 품고 있는
완성된 태극은 삼태극의 모양과 서로 대비시켜 볼 수 있다.

요즘 들어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경전 천부경에도 완전수
3과 관련된 언급이 있음을 볼 때 고대 우리민족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성철재 < 충남대 교수 / 역학연구가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