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구조조정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국제결제은행(BIS)비율 8% 미달 은행에 대한 국제 회계법인의 자산실사와
경영진단은 지난주 마무리됐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위원회는 15일 은행들의 정상화계획을 평가할 경영평가
위원회를 10인 내외로 구성, 은행 "살생부" 마련작업을 시작했다.

경평위에는 자산실사를 맡았던 쿠퍼스앤라이브런트, KPMG,
프라이스워터하우스, DTT, 아더앤더슨, 언스트앤영 등 6개 외국회계법인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평가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도 전에 금융계에선 벌써부터 12개
은행의 운명에 대한 설이 나돌고 있다.

외국금융기관과의 합작을 성사시킨 한 시중은행만 A등급을 받고 대형시중
은행 세곳은 B등급, 나머지 8개은행은 자구계획 불승인을 뜻하는 C등급을
받을 것이란 얘기도 나돈다.

자구계획을 승인받지 못하면 자산부채 인수명령, 인수합병권고, 폐쇄 등의
조치를 받게 된다.

이같은 분위기를 의식,금감위는 경평위 평가에 은행들의 로비나 압력이
개입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평가 기간 역시 최대한 단축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25일께는 경영정상화계획서의 타당성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응해 은행들도 생존전략 마련에 막바지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흥 상업 한일의 경우 촉박한 시일을 감안, 합병보다는 합작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상업은행은 홍콩상하이은행 또는 유럽계은행으로부터 2억달러 자본유치를
위해 급피치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은행도 프라이스워터하우스를 통한 외자유치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번의 경영평가와 무관하지만 국민은행의 2억-3억달러 합작도 성사단계에
이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일시에 대형은행들이 대규모로 외자유치에 나서다보니 부작용도
만만치 않게 나타나고 있다.

외국투자가들은 국내은행들에 <>3-5년간 연수익률 20%이상 보장 <>추가지분
확보를 통한 확실한 경영권구축 <>액면가 미만인 싯가를 기준으로 한
우선주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은행합병 문제의 경우 "하나+보람" 합병은 성사단계에 와 있으며 동남은행
과의 합병을 공식 부인한 경남은행은 부산은행과 합병을 모색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선 이왕에 합병할 것이라면 "동남+부산+경남" 합병도 고려할
만하다고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하영춘 기자 hayoung.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