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위기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탈아시아"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경제 전문지 아시아위크(6월19일자)는 아시아 경제위기
여파로 이 지역에서 일해 오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대거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경기가 좋은 북미나 유럽, 중동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아시아 통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실질 임금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각국 정부가 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외국인 노동자를 방출하고
자국민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려는 정책을 쓰고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 잡지는 홍콩의 "아시아 이민센터(AMC)" 자료를 인용, 한국에서는
지난해 7월부터 올 1월까지 6개월 동안 외국인 노동자를 포함, 약 30만명의
외국인이 빠져 나갔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6월1일 이후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가 35.9%나 떨어지면서
실질 임금이 절반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 잡지는 올해도 약 10만명의 외국인들이 본국으로 "컴백 홈"하거나
13만 여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체류 노동자들 중 상당수가 북미나 유럽등
다른 지역으로 옮겨갈 것으로 예상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약 2백만명(97년3월 현재)에
달하는 외국인 노동자 가운데 이미 1만여 명을 강제 방출했다.

마하티르 정부는 올해안에 추가로 인도네시아나 필리핀 태국등에서
온 약 20만명의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송환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도 "값싼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지 말라"는 강력한 압력을
노동자들로부터 받고 있다.

홍콩의 지난 3~5월 실업률은 20년만의 최고치인 4.2%를 기록했다.

홍콩정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유입에 대한 제한조치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싱가포르도 올 1.4분기 실업률이 크게 오른데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일자리는 44%나 줄어들어 외국인 노동자 방출 방안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렉스 바로나 아시아이민센터 소장은 "아시아 지역의 외국인 노동자 수가
전세계에서 활동중인 외국인 노동자수의 약 15%에 달하는 1천만-1천5백만명
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아시아 사태는 세계 노동 인구 분포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