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폭풍이 아시아 주식시장을 일제히 낭떨어지로 밀어넣었다.

한국주가는 87년 1월이후 11년 5개월만에 주가 300선이 붕괴되는 블랙먼데이
사태가 빚어졌다.

일본 닛케이는 1월13일이후 처음으로 1만5천엔 아래로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도 4.7%나 폭락했다.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가 1백45엔을 돌파하자 아시아 금융
위기는 물론 한국 수출산업이 시들 것이란 우려로 국내 주가도 폭락했다.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4.60포인트(4.8%) 추락한 288.21을 기록
했다.

우량주 불량주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투매로 하한가 종목이 1백97개나
쏟아졌다.

장초반 오름세를 타기도 했으나 이내 외국인의 주식처분에 대한 공포감이
번졌다.

홍콩 당국이 홍콩 달러 방어를 위해 은행간 금리(HIBOR)를 12.5%에서
16.0%로 인상하자 홍콩 증시침체와 아시아리저널 펀드의 아시아 주식처분이
우려되면서 무차별 "팔자"로 이어졌다.

외국인은 이날 1백2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 5월26일 이후 순매도
규모가 2천4백13억원으로 늘어났다.

국내 투신사의 외수펀드에 투자해 왔던 타이거 펀드가 또다시 환매를 요청
하면서 주식시장은 하루종일 외국인 매도에 대한 공포감에 시달렸다.

일본 홍콩 뿐 아니라 태국(4.3%) 말레이시아(2.3%) 인도네시아(0.1%)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대만 가권지수만 2.3% 올랐다.

시장관계자들은 "주가 하락폭이 커도 엔저 폭풍이 워낙 거세 바닥을 점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주가 폭락 배경이 내부요인 보다는 외부요인이 더 큰
만큼 외국인의 매도공세가 멎기를 기다리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엔저와 함께 아시아 통화가 일제히 절하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한국당국만 현 환율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외국인의 한국주식 팔기를
부추기고 있다"며 "산업 경쟁력을 감안하더라도 신축적인 환율 정책이 필요
하다"고 말했다.

< 허정구 기자 huhu@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