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산업 구조조정이 본격화 됨에 따라 전체 금융권이 한바탕 심한 몸살을
앓게 될 것 같다.

특히 막대한 규모의 리스채가 부실화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에 따른
금융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당국의 대책마련이 시급히 요망된다.

그동안 리스산업은 소요자금의 90% 이상을 채권발행으로 조달해왔는데
지난 2월말 현재 채권발행잔고가 12조4천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런데 25개 전업 리스사중 14~15개사 정도가 퇴출될 전망이어서 리스채
발행잔고의 절반이상이 부실채권으로 될 것 같다.

문제는 리스채가 예금보호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이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투신 은행신탁 종금및 증권 등이 채권을 회수할 길이 없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투신사가 발행한 공사채형 수익증권이나 은행신탁자산은
수익은 커녕 원금보전도 어려워져 대규모 자금이탈및 피해보상 요구가
예상된다.

특히 가뜩이나 어려운 투신사 영업이 결정타를 맞게 되며 국내 투신사의
펀드운용에 대한 신뢰상실로 외국인 투자자금까지 이탈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리스채를 매입한 측과 리스사간의 문제라고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금융안정 대책을 세워야 하겠다.

25개 전업 리스사중 신용보증기금 자회사인 신보리스를 제외한 24개사가
은행자회사이므로 모기업인 은행이 지급보증을 서주면 되겠지만 가뜩이나
막대한 부실채권 때문에 제살길 찾기에 바쁜 은행들이 나서주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정부가 개인투자자도 아닌 금융기관간의 거래까지 원리금 지급
보장을 해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어 이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남은 방법은 자산담보부 채권(ABS)발행을 통해 리스자산을 최대한 매각한
다음 할부금융 신용카드 신기술금융 등과 합병해 여신전문금융기관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다.

ABS발행을 통한 리스자산을 매각할때 비록 제값을 못받는다 해도 자금조달
과 운용의 기간불일치를 해소시켜줌으로써 리스사의 최대 문제점인 유동성
부족 및 외화부족을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여신전문금융기관으로 전환함으로써 설비금융뿐만 아니라 소비자금융
으로 영업범위를 넓히고 대형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꾀해야 하겠다.

그래도 채무상환이 어려운 경우에는 마지막으로 모기업인 은행이
지급보증을 해주는 수밖에 없다.

비록 은행사정이 어렵다고 하지만 자회사인 리스사 경영을 좌지우지해온
처지에 이제 와서 나몰라라 하는 것은 민법상의 신의성실 원칙에도 어긋나는
일이다.

이밖에도 은행이 보증을 서면 해당 은행이 통폐합되는 경우에도 자산.
부채가 일괄 인수되기 때문에 최종적인 채무상환까지 상당한 시간을 벌 수
있는 이점도 있다.

금융경색및 혼란이 어느 때보다 극심한 지금 각급 금융기관들은 집단
이기주의 대신 합리적인 고통분담 방안을 서둘러 강구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