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폭풍이 세계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일제히 낭떨어지로 밀어넣었다.

한국 주가는 87년 1월이후 11년 5개월만에 주가 300선이 붕괴되는
블랙먼데이 사태가 빚어졌다.

일본 닛케이주가는 1월13일이후 처음으로 1만5천엔 아래로 떨어졌고 홍콩
항셍지수도 5.7%나 폭락했다.

달러당 원화가치가 1천4백34원까지 떨어졌는가 하면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통화가치도 일제히 하락했다.

15일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엔화가치가 한때 1백46.58엔까지 폭락하자
아시아 금융시장은 일제히 불안에 떨었다.

홍콩금융시장에선 홍콩달러 절하압력이 버티기 어려운 수준으로 높아지면서
3개월짜리 은행간 금리(HIBOR)가 12.5%에서 16.4%까지 치솟았다.

서방자본의 아시아 탈출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난무하면서 항셍지수가
폭락했다.

홍콩주가 폭락으로 한국주식이 편입돼 있는 아시아리저널 펀드의 환매사태
가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로 한국 종합주가지수도 4.8%나 폭락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14.60포인트 추락한 288.21을 기록했다.

우량주 불량주를 가리지 않는 무차별 투매로 하한가 종목이 1백98개나
쏟아졌다.

게다가 국내 투신사의 외수펀드에 투자해왔던 타이거 펀드가 또다시 환매를
요청하면서 국내 주식시장은 하루종일 외국인 매도에 대한 공포감에
시달렸다.

외국인은 이날 1백3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주식
처분에 나선 지난 5월26일 이후 16일간 순매도 규모가 2천4백21억원으로
늘어났다.

외국인 이탈에 대한 우려로 원화가치도 지난 주말보다 36원 떨어진
1천4백34원에 마감됐고, 싱가포르 역외선물환시장(NDF)에서 거래되는
12개월물 선물환은 월말 이후 최저치인 1천8백원까지 폭락했다.

6개월물도 1천7백원에 매도호가가 형성됐다.

일본 홍콩 뿐 아니라 태국(5.7%) 말레이시아(4.3%) 필리핀(4.5%) 주가도
일제히 하락했다.

또 영국 프랑스 호주 증시도 주가가 1-2%씩 떨어졌고 러시아는 하락률이
5%를 넘었다.

외환시장에서는 태국 바트화가 달러당 43.45에서 43.80바트로, 말레이시아
링기트는 4.01에서 4.07링기트로, 인도네시아 루피아는 1만3천8백에서
1만4천8백 루피아로 추락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엔저 폭풍이 워낙 거센데다 위안화 절하시기마저 앞당겨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어 세계 주가와 통화가치에의 영향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선진 7개국간 엔화정책 조율이 따르지 않는 한 세계주식
시장과 금융시장에서 일고 있는 불안은 쉽게 진정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허정구 기자 huhu@ 허귀식 기자 window@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