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금융시장에서 엔화의 지위가 급속도로 약화되면서 유럽연합(EU)이
"유러화 세일즈"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엔의 위상이 실추된 틈을 타 내년도 출범을 앞둔 유러화를 새로운
국제통화로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빔 뒤젠베르그 유럽중앙은행(ECB)총재는 15일 독일 슈피겔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앞으로 원유 수입대금중 일부를 유러화로 결제할
것"이라며 "유러가 달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세계의 기축통화로 자리잡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장담했다.

그는 또 "이미 많은 나라들이 외환보유를 달러와 유러로 분산 비축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며 "유러가 각국의 외환보유수단으로 더할 나위 없이
안전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뒤젠베르그 총재는 또 ECB가 세계 어느 나라 중앙은행보다 정치적인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고 자평하는등 유러화 홍보에 목청을 돋웠다.

이브 티보 드 실기 유럽집행위 통화담당위원도 "유럽의 통화가 과거
어느때보다 안정돼 있다"고 전제하고 유럽 단일 통화가 특히 아시아국들에는
금융위기 재발을 막아줄 "보호벽"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ECB측의 이같은 홍보에도 불구하고 정작 아시아 국가들은 유러화에
대해 오히려 경계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필리핀 통산부(DTI)는 최근 배포한 보고서를 통해 "EU가 시장및 통화통합
이후 역내 산업의 규제를 완화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며
아시아 국들의 수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러가 달러를 대체하는 보조적인 외환보유 수단이라기 보다는 국가
경쟁력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경쟁자로 비춰지고 있다는 얘기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