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라는 말과 함께 최근에 자주 등장하는 낯선 단어가 있다.

바로 "투명"하다는 단어이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기업의 재무제표를 끌개해야 한다거나
인사의 투명성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들이 심심치 않게 신문지상을
장식한다.

투명성이 이와 같이 강조되는 것은 역설적으로 그동안 우리 사회가 투명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지난번 대선에서 한 후보자 아들의 병역문제가 커다란 이슈가 되었다.

그 이후로 선거때마다 후보자나 후보자 자녀의 병역문제가 제기되곤 한다.

국방의 의무는 신성한 것으로 대한민국의 건강한 남자라면 당연히 이행해야
하는 것이지만 정부가 합법적으로 면제의 자격을 준 사람도 있다.

따라서 병역면제의 사유가 투명하다면 문제될 것은 없겠다.

그러나 흑색선전이라도 일단 의문이 제기되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은 없다"는 식으로 우리 스스로가 우리 사회의
투명성에 대해 자조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실제로 우리의 현대사를 보아도 일단 기득권을 확보한 세력이 지연 혈연
학연에 의해 서로의 이익을 취하여 온 것이 사실이다.

한동안은 TK니 PK니 말이 많더니 요즈음은 정부와 공공기관에 호남 출신이
많이 기용되었다, 아니다로 이견이 분분하다.

우리 민족은 참으로 굴곡이 많은 세상을 살아왔다.

그래서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요시하는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논리가 은연중에 사람들 마음속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만이 고립해서 살수 없는 지구촌 시대에 들어선 지금 우리의
사고방식도 세계화할 때가 되었다.

도덕적인 이유에서 뿐 아니라 우리의 생존을 위해서도 "투명한"사회로
나아가는 것은 불가피한 선택일 것이다.

< 조광현 khcho@plaza.snu.ac.k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