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12월, LG전자 출신 16명이 산행을 시작하면서 모임이 만들어졌다.

이름은 "사랑방산악회".

97년1월 도봉산을 창립기념 산행지로 정하고 12명이 1차 산행을 떠났다.

녹야원을 지나 첫 쉼터에서 창립 기념식을 갖고 "LG전자 만세, 사랑방산악회
만세"를 부르며 우의를 다졌다.

첫 산행인만큼 조금 오르다 쉬며 각자 준비한 간식을 먹었다.

맑은 햇살아래 포대능선 북쪽계곡 눈과 얼음의 코스를 택했다.

3월인데도 눈보라가 흩날렸다.

철책난간이 미끌미끌해 바위 오르막길이 위험했음에도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LG전자 가족"이라는 공동체의식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까지 북한산, 설악산, 관악산, 청계산 등 모두 16차례의 산행을 통해
"사랑방회원"은 어디든 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또한 산행중 그 지역의 특산안주에 소주나 막걸리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울때면, 혹시 여기가 60년대 함께 일했던 부산공장 시절이 아닌가 착각할
때가 많다.

우리 산악회는 한번 간 코스는 가급적 다시 가지 않고, 한번 정한 산행은
반드시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약속을 정했다.

그래야 한사람도 빠져서는 안된다는 의무와 책임감, 새로운 자연을 즐긴다는
기대감이 생기기 때문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산행은 지난해 8월 4박5일 일정으로 다녀온 일본 후지산
산행이다.

부인을 대동한 8쌍을 포함, 모두 20여명이 출발했다.

새벽에 손전등을 가지고 올라갔는데 불빛 이어지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새벽 5시께 정상에 올라 구름위에 신선이 앉은 것같은 기분으로 해맞이를
했다.

해뜨는 순간을 보러 올라온 등산객들은 나름대로 소원을 비느라 중얼대는
모습이 추위를 잊은 듯 했다.

우리는 서로의 손을 잡고 땀흘려 일해온 LG전자가 일본기업들을 이기고
세계기업이 되기를 기원했다.

97년 상반기 등반을 마치고 나니 회원수가 30여명으로 늘었고 환갑을 지낸
분도 10여명이나 되었다.

LG전자에서 일했다는 소속감을 토대로 만난 우리 모임은 지금은 서로가
일하는 곳은 다를지라도 공동체의식을 갖고 "산에 오르기"를 계속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