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은행장악력이 떨어져 기업구조
조정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고 질책한데 대해 별다른 반응없이 침묵을
지켰다.

이 위원장은 "대통령 말씀에 대해 장관이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는 것은
옳지 않다"며 말을 삼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17일 감독기관장회의에서 대통령질책을 거울삼아 보다
강도높은 금융및 기업구조개혁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막바지 조정작업을 벌이고 있는 부실기업판정의 수위를 높이고 이번
판정작업이 끝난 후에도 지속적으로 부실기업정리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위 관계자들은 금융계 검찰이라는 금감위가 외부에 "종이호랑이"로
비쳐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권을 활용해 금융및 기업구조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나 현실적인 어려움 등으로 인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런 모습이 금감위의 업무장악력 부족으로 비쳐지고
있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직은 출범한지 얼마안돼 인적 통합이나 업무추진력에서
힘에 부치는 반면 해야 할일은 너무나 무겁고 업무량이 많아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고 조직의 문제점과 업무의 중압감을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도 자체 구조조정과 외자 유치 등으로
혼이 빠질 지경인데 금감위가 고삐를 더욱 조일 경우 견디기 어려울 것"
이라며 김대통령의 질책에 따른 파장을 우려했다.

< 고광철 기자 gw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