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을 거듭하던 "빅딜(대기업간 사업교환)"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
이다.

김대중대통령이 16일 빅딜의 필요성을 강력히 제기해서다.

김 대통령의 빅딜관련 발언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빅딜밑그림은 실제 존재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빅딜은
거스를수 없는 대세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동안 물밑에서만 논의되던 빅딜은 이제 수면위에서 빠르게 추진될
전망이다.

김 대통령과 정부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빅딜은 성사단계에
접어들었던게 분명하다.

그러나 빅딜을 하겠다고 도장까지 찍은 3대그룹중 한 그룹이 약속을 번복,
물건너가 버렸다.

김 대통령은 이에대해 "약속을 했다가 뒤집고 여론을 호도하는 엉뚱한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는 이미 그려졌던 빅딜의 밑그림이 완성돼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김 대통령은 미국방문기간중 국제경쟁력강화나 국제신인도회복을 위해
강도높은 개혁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3대그룹간 빅딜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때 정부는 빅딜성사를 위해 강력한 방법을 동원할
전망이다.

그저 은행을 통해 점진적인 압박을 가하겠다는 종전의 자세와는 달라질게
분명하다.

정부나 여당관계자가 아예 현대 삼성 LG 등 해당그룹을 직접 대면, 교통
정리를 해나갈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빅딜에 소극적인 그룹에 대해선 여신회수 세무조사 등 강력한
압박을 펼 것으로 예상된다.

퇴출대상기업에 5대그룹의 상장계열사가 긴급히 추가된 것도 이런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한 것이란 후문이다.

일부에선 현대 삼성 LG 등 해당 그룹이 이번주중 빅딜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 조만간 큰 원칙과 방향에 합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뒤 실무절차를 진행하는 "선합의-후정산방식"이 채택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빅딜이 원만히 이뤄질 것으로 낙관하는건 다소 성급하다.

당장 각 그룹의 이해가 다르다.

한 그룹관계자는 "정부의 의사를 존중해야 하겠지만 모든 기업이 원하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결정돼야 한다"고 밝혀 정부의 주문에 순순히
응하지만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빅딜에 합의했다해도 풀어야할 문제가 실타래처럼 얽혀 있다.

당장 시급한게 여신해소.특히 다른 계열사와 맺고 있는 상호지급보증을
어떻게 처리할지가 난제다.

이 과정에서 금리를 낮춰주는 등 금융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는 특혜시비를 낳을수도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종업원정리다.

중복투자를 해소하기위해 빅딜을 실시하는 만큼 상당한 수의 종업원감축은
필수적이다.

대상기업이 대형사업장인 만큼 자칫하면 엄청난 실업자가 양산될수 있다.

만일 고용승계 등에 대해 솔로몬식의 지혜를 발휘하지 못할 경우 노동문제가
사회문제로 불거질 가능성도 높다.

이렇게 보면 김 대통령의 발언으로 빅딜성사는 초읽기에 들어간건 분명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많은 셈이다.

< 하영춘 기자 hayou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