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 중심을 잃었다.

엔환율이 하루사이에 4엔이상 급등락하면서 크게 출렁거리고 있다.

16일 도쿄시장에서 엔은 장중한때 달러당 1백42.35엔까지 폭등, 전날보다
4.09엔이나 치솟았다.

그러다가 다시 달러당 1백46엔대로 폭락, 시장을 혼란속으로 몰아넣었다.

그만큼 엔화의 기반이 약해질대로 약해졌다는 반증이다.

엔화가 회복의 자생력을 완전히 상실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날 엔화 거래는 달러당 1백46.75엔에 개시됐다.

전날의 뉴욕시장 마감시세(1백46.15엔)보다 0.6엔, 도쿄시장의 종가
(1백46.44엔)보다는 0.31엔 절하된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장상황은 돌변했다.

오전 11시쯤 1백45엔선으로 회복되더니 30분후인 11시반께에는
1백42.35엔까지 치솟았다.

지난 며칠동안 달러의 지나친 단기급등에 대한 반발로 미국 헤지펀드와
일본기관투자가들이 달러화 매물을 집중적으로 쏟아낸 때문이었다.

여기에다 일본중앙은행이 시장개입에 나섰다는 소문도 나돌아 엔화는
수직상승했다.

이와함께 무라오카 가네조 일본 관방장관과 마쓰나가 히카루 대장상등이
엔약세를 우려하면서 G7의 공동시장개입가능성을 시사하자 엔상승세는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앞으로 내달렸다.

하지만 엔화폭등세는 순간으로 끝났다.

정오무렵 폭등세가 꺾이면서 1백43엔선으로 밀려 내려갔다.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설이 근거없는 낭설로 밝혀지고 때마침 일본은행의
월례보고서가 일본경제의 암울함을 재확인시킨 탓이었다.

특히 일본은행은 경기상황이 점점 악화되고 있다면서 경기회복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고 평가, 엔화를 한순간에 약세로 돌려놓았다.

이어 오후 1시20분께 엔은 1백44.4엔에서 거래돼 오전의 상승폭을
절반가량 까먹었다.

엔화 내림세는 계속돼 오후 2시반쯤에는 1백45엔선으로 미끄러졌다.

이윽고 오후 3시에는 다시 1백46엔대로 되돌아가 결국 전날보다 겨우
0.3엔 오른 1백46.14엔을 기록했다.

5시에는 다시 145.14엔으로 소폭 반등했다.

이렇게해서 이날의 엔화 회복세는 해프닝으로 끝났다.

일장춘몽이었다.

이날 엔이 이처럼 다시 1백46엔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점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근본적으로 엔회복책이 나오지 않고 있는 마당에 달러당 4엔이상의
급등세는 무리라는 시각이 강했다.

시장관계자들은 엔이 1백42엔선으로 치솟은 시점에서부터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라고 일축했었다.

엔화약세기조에는 조금도 변함이 없다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어쨌든 장중 한때의 엔화폭등세로 동남아통화들은 조금씩 올랐다.

하지만 동남아주가는 대부분 내림세를 멈추지 않았다.

일본주가마저 1백엔이상(0.71%) 떨어지고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주가는 2%가량씩 하락했다.

대만과 홍콩주가만이 1.5%가량 올랐지만 엔화움직임과는 상관없는
자체적인 상승이었다.

결국 이날의 엔화 급등락은 엔화의 기반이 지극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준 것에 지나지 않았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