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엔화약세 저지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국은 로렌스 서머스 재무부 부장관을 일본에 급파했다.

이는 미국이 더이상 엔약세를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정부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는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선 지난 1주일여동안 엔하락 속도가 너무 빨랐다는 점을
꼽는다.

지난주초 1백40엔이 무너진후 이번주초 1백50엔선마저 위협받자 미국도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단기간내 급격한 환율변동은 국제금융시장에선 가장 나쁜 징조다.

장기간에 걸친 점진적인 변동과는 달리 국제금융시장을 파국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미국은 달러당 1백50엔을 내심 마지노선으로 설정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선이 너무 쉽게 공략당하자 부랴부랴 대책수립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중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점도 미국의 변화를 재촉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며칠사이에 중국경제가 지나친 엔약세의 악영향을 받기 시작했다는
중국관리들의 발언이 잇달았다.

그러자 국제금융가에서는 이를 "위안화 절하를 위한 중국의 명분쌓기"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때문에 미국이 위안화 절하를 우려, 태도를 바꾸게 됐다는 해석이다.

이번주 들어 중국과 홍콩 대만 유럽연합(EU)이 환율안정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서는등 국제사회의 압력이 높아진 것도 미국입장변화에 일조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일단 서머스 부장관의 방일소식만으로도 엔은 달러당 1백42엔까지
회복됐다.

엔화안정을 위한 극적 합의가 나올수도 있다는 기대에서였다.

그는 18일 도쿄에 도착해 마쓰나가 히카루 일본대장상과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대장성재무관등과 회담할 예정이다.

회담에서는 일본의 경기부양책,시장공동개입,금리조정 문제등 다양한
엔회복방안들이 거론될 전망이다.

서머스 부장관은 무엇보다 일본측에 영구적인 감세조치등 강력한
내수확대책을 주문할 것이 분명하다.

과감한 은행개혁과 시장개방확대 촉구도 빠뜨리지 않을 것이다.

이에대해 일본은 미국의 협조시장개입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양국이 공동으로 시장에 개입하기로 합의할 경우 엔환율은 곧장
1백40엔밑으로 내려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와함께 일본이 감세조치를 영구화하고 양국이 금리협조(일본인상,
미국인하)방침도 밝히게 되면 엔은 단기적으로 1백30엔안팎에서 안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서머스 부장관을 긴급 파견하는 것으로 볼때 어떤 형태로든
엔회복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역으로 기대만 높여 놓은 채 뾰족한 수를 내놓지 못한다면 엔은
수직낙하하게 된다.

< 이정훈 기자 leeho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