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문학자 김선향(54.경남대교수)씨가 "존 던의 연가-그 사랑의 해법"
(한신문화사)을 펴냈다.

17세기 형이상학파 대부인 영국시인 존 던(John Donne 1572~1631)의 연가
55편을 완역하고 국내 최초로 작품배경과 문예사조를 일일이 대조하며 해설
까지 덧붙인 연구서다.

"형이상학파 시인이라는 점 때문에 그의 작품을 어려워해요.

원문에 충실하기 위해 한줄 한줄 행단위로 번역하고 되도록 상세하게
해설을 달았습니다.

영문학도와 그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김씨는 던의 사랑시를 "문학적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독특한 비유를 지니고
있어 재미있게 읽히는 작품"이라고 소개하며 "17세기 후반 고전주의 태동으로
뒷전에 밀려났던 그가 T.S 엘리어트에 의해 재발견됨으로써 20세기 들어
다시 빛을 보게 됐다"고 말했다.

"1920년대 영.미문학도들이 모두 그의 시집을 들고 다닐 정도로 리바이벌
붐이 일었지만 아직 국내에서는 그만큼 평가받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워요"

김씨는 그의 연시를 부정적인 사랑과 긍정적인 사랑, 현실적인 사랑으로
대별하고 "단순한 사랑예찬이 아니라 시대적 명암과 삶의 높낮이를 다양하게
형상화한 작품들이어서 더욱 깊은 맛을 준다"고 평가했다.

연인의 피를 빤 벼룩속에 세 목숨이 있다고 묘사해 그들이 결혼했음을
암시하는 "벼룩"이나 아침의 태양을 보고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방해가 되는
주책없는 늙은이라고 표현한 "떠오르는 태양" 등이 이같은 설명을 뒷받침해
준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