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던 한국 경제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온
건설산업이 고사직전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공사량의 급격한 감소와 주택 미분양 사태, 부도 도미노현상 등이 ''건설의
날''을 맞은 건설인들을 우울케하고 있다.

국가/사회의 중추산업으로 인식돼온 건설산업의 과거 현재 미래를 짚어본다.

<> 건설산업의 발전과정

그동안 한국건설산업은 외형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국가 경제
발전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해 왔다.

6.25전쟁이후 복구기를 거치면서 비로소 틀을 잡은 건설산업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키워왔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지난 62년부터 7차례에 걸쳐 추진된 "경제개발 5개년계획"에서 건설산업은
사회 전부문의 균형 발전을 도모하는 원동력이었다.

우리 경제발전의 젖줄인 경부고속도로를 비롯 항만 댐 철도 방조제 공항
주택 교육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의 큰 틀을 짰다.

공업단지는 지난 71년 1백2평방km에서 96년 5백31평방km로 5.2배, 도로는
4만6백35km에서 8만2천3백42km로 같은 기간동안 2배나 늘어났다.

주택보급률은 53%에서 96년 86.1%(97년 92%)로 높아졌으며 도시화율도
같은 기간 39%에서 87.1%로 올라갔다.

30%에도 미치지 못했던 도로포장률은 73%로 선진국 수준을 자랑한다.

<> 건설산업이 국민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

건설산업은 타산업에 비해 국민경제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지난 62년 GDP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불과했다.

당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4.7%였다는 점을 감안할 때 건설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잇따라 추진된 경제개발계획과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계속된 중동건설붐 이후 건설산업의 비중은 급속하게 커졌다.

지난 97년 건설산업 관련 생산액은 총 78조3천7백억원으로 GDP의 20.4%에
이르렀다.

특히 고용창출 효과는 다른 산업을 압도했다.

총 취업자중 건설취업자 비율이 지난 62년 2.8%에서 97년엔 2백만4천명으로
9.5%로 올라섰다.

국민 1백명당 10명이 건설업에 종사한다는 얘기다.

급속한 공업화 도시화 과정에서 "도시로 도시로" 몰려든 농촌인구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며 삶의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특히 이 산업은 노동집약적이며 기능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요즘과
같은 고실업시대에 고용창출과 경제회복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업종으로 인식되고 있다.

건설산업은 해외사업으로도 국민경제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지난 74년 중동진출을 계기로 10년간 비약적인 양적팽창을 거듭하며 한때
세계 제2위의 해외건설 수주국으로 부상하기도 했다.

이 기간중에는 외자부족과 석유파동으로 인한 "국가 부도위기"를 해외건설
에서 벌어들인 공사대금으로 넘기기도 했다.

해외건설은 외화획득 창구로서 국제수지의 개선은 물론 소득증대 고용창출
기술능력의 향상과 자재및 장비수출 등으로 국민경제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한 것이다.

<> 건설산업 현황과 과제

98년 5월말 현재 등록돼 있는 건설업체수는 일반 4천25개사, 전문
2만4천1백33개사 등 모두 2만8천1백58개사.

이들 업체의 97년 수주총액(국내기준)은 78조3천7백억원에 이른다.

이같은 시장규모는 건설업이 단순한 "서비스업"이 아니라 제조업과 함께
국가경제의 양대 축으로 부상했다는 사실을 입증해 주고 있다.

그러나 건설산업의 주역인 건설업체들은 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예전에 겪지 못한 시련에 직면해 있다.

IMF한파이후 불과 6개월만에 일반건설업체 3백80개, 전문건설업체
1천2백55개 등 모두 1천6백5개 업체가 부도로 쓰러진 것이다.

하루 평균 8.8개의 건설업체가 공사량 감소와 주택 미분양으로 가중되는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은 셈이다.

건설산업이 당면해 있는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수주량을 확대하고
주택경기를 되살리는게 최우선 과제다.

그러나 IMF측의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투자 축소요구등으로 전망이
그리 밝지만은 않다.

올해 국내건설 계약액은 70조5천9백억원으로 작년보다 9.9%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국국토개발연구원)되기 때문이다.

해외건설 수주전망 역시 암담하기는 마찬가지다.

올해 수주량이 지난해의 1백40억3천2백만달러의 절반에도 못미칠 것으로
우려되어서다.

주택 미분양 사태도 빨리 해결돼야 할 주요 과제다.

이미 10만가구를 넘어섰으며 갈수록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고 있다.

이로인해 분양후 중단된 아파트건설 공사가 전국 13만여가구에 달하며
중도금 연체규모는 전국 15만여가구 4조5천원에 이른다.

<> 건설산업의 전망

건설산업은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원하는 인간의 욕구에 부응하는 각종
기반시설을 제공한다.

따라서 그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짐은 물론이다.

폐기물 처리등 환경문제가 심각해질수록 환경산업시설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은 뻔하다.

점차 활기를 띠어가는 레저산업이나 실버산업등도 건설산업의 장래를 밝게
해주고 있다.

또 인텔리전트빌딩이 보편화되고 우주시설 해양도시 인공섬건설 등 새로운
분야가 신공법 신기술개발에 힘입어 시장규모는 더욱 확대될 수 밖에 없다.

건설산업은 광범위한 자재, 여러 직종의 전문인력, 다양한 기술 등이
동원돼 이뤄진 종합산업이다.

게다가 단위사업의 규모가 방대하고 개개의 사업이 국민경제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히 크다.

한국 건설산업은 지금 안팎에서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

당면한 시련을 극복하고 조국의 근대화와 공업화의 주역을 담당했던 옛
명성을 되찾아야 한다는 의지가 건설인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다.

IMF의 극복도 건설산업에서 찾아야한다는 업계의 지적이 예사롭지 않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