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중반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주재원시절 휘발유보다 비싼 값으로
식수를 사 마시면서 부터 대동강물을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선달"은 필자에게
이미 황당한 사깃꾼이 아니었다.

베이루트를 거점으로 아라비아반도의 여러국가들과 북아프리카를 휘젓고
다니면서 사막이라고는 고작 옛노랫말 가운데 나오는 "고비사막"밖에 모르던
필자가 황량한 중동의 사막 한가운데를 헤쳐가며 이따금 떠올려 보던
아름다운 우리 산하는 큰 위안이 되곤했다.

그러나 식수의 안전지대로 믿고 있던 우리금수강산은 강수량이 연간
1천2백74mm 로 세계평균 9백73mm 보다는 많지만 일년간 한사람이 사용가능한
빗물의 양은 2천9백t으로 세계평균 2만6천8백t의 11%에 불과하다.

그나마 여름철에 집중된 강수량을 대부분 바다에 그대로 흘려보내고 있어
실제로 이용가능한 물의 양이 1인당 1천t 남짓한 리비아나 이집트 등
사막국가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다는 믿어지지 않는 자료는 우리의 물소비
실태를 생각하게 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물소비량은 하루에 4백9l로 2백l내지 3백l인
유럽국가들에 비해 엄청난 과소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2천11년에는 물부족량이 소양호를 가득 채울만한
양인 20억t을 넘을 것이라고 한다.

수자원은 다른 사회간접자본과는 달리 대체수단이 없고 개발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만약 물관리에 실패한다면 IMF의 극복을 위해 한푼의
외화가 아쉬운 이때 귀중한 달러로 식수까지 수입하지 않게 된다고 누가
장담할수 있을까.

며칠전 녹색연합 초청으로 우리나라에서 일하던 "월시"라는 호주여성이
정해진 샤워시간을 5분만 넘겨도 아버지가 물탱크를 잠궈버릴 정도로 엄격한
물절약 교육을 받았다는 얘기를 해주고 우리의 물과소비를 염려하며 떠났다.

이제 "물 아껴쓰기 운동본부"라도 만들어야 사막국가들의 반열(?)을 면할
수 있지 않을까.

< jwkim101@chollian.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