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금융권이 퇴출대상으로 55개 기업을 확정, 발표한 것은 IMF체제이후
추진해온 기업구조조정의 가시적인 첫 조치로 본격화의 출발신호로 볼 수
있다.

그동안 부실기업의 퇴출이 제때에 이뤄지지못해 금융기관은 물론 국민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 되어왔고, 특히 그로인해 우리 기업들의 대외이미지개선에
걸림돌이 되어왔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조치는 불가피했고 오히려 뒤늦은
감마져 없지않다고 본다.

다만 이번 퇴출기업명단이 확정되기까지의 진행과정과 형식이 과연
최선이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미 관치논란이 제기된바있지만 은행이 확정한 대상기업 명단을 정부가
나서서 재조정토록 한 것이 과연 옳은 방법이었는지 생각해보아야 한다.

한번 혼쭐이 난 은행들로서는 앞으로 제아무리 자율적으로 추진하라고
해도 감독기관의 눈치부터 살필 수밖에 없다.

또 퇴출기업을 일괄발표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방법이냐도 의문이다.

기업에 대한 여신을 중단하느냐, 계속하느냐는 은행의 일상적인 업무다.

그런데도 한꺼번에 일괄중단을 선언하는 것은 전시효과는 클지 모르지만
기업체질을 강화한다는 관점에서의 실익은 적다.

특히 5대기업그룹 계열사의 경우 대통령의 포함지시로 3~4개 기업씩
의무적으로 할당 배정된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물론 대기업이라고 퇴출대상에서 예외일 수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기왕에
은행들과 맺었던 재무약정을 수정할 수밖에 없게된 것은 순리적인 일처리로
보기 어렵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러한 절차상의 문제보다 부실판정에 따른
파장을 어떻게 추스리고 경제체질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유도하느냐
이다.

사실 이번에 선정된 퇴출대상을 보면 의외라고 생각되는 업체는 많지않기
때문에 당장의 충격은 크지않을 것이다.

문제는 퇴출을 얼마만큼 신속히 이뤄내느냐는 방법론이다.

기업, 또는 기업자산을 내놓아도 팔리지않는 현실에서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한다면 어떻게 갚아야할지 해당기업들로서는 막막할 수밖에 없다.

당장 얼키고 설킨 지급보증 등 채권채무관계를 정리하는 일도 쉽지않다.

또 퇴출과정에서 추가적으로 발생될 실업을 감안하면 그 파장 또한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더구나 부실기업정리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대기업그룹의 대형사업교환과
금융기관 통폐합등 메가톤급 구조조정과정이 이미 예고돼있기 때문에 철저한
보완 조치들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자칫 경제활동은 물론 사회적인 혼란에
직면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기업퇴출 과정에서 나타날 실업충격등을 최소화시키는 대책과 함께
구조조정을 촉진시키기는데 필요한 여러가지 지원조치들을 강구해서 기업의
합병 퇴출 등 구조조정이 보다 신속히 진행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또 과거의 경험으로 보아 퇴출의 기준과 절차는 객관적이고 투명해야만
이해당사자들이 수긍하고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음을 아울러 지적해둔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