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공공지출 확대에 의한 경기부양, 즉
"펌프-프라이밍"정책을 권유하고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장 미첼 세베리노 세계은행 부총재는 최근 아시아 국가들을 순방하며
"경제회복을 가속화하려면 공공지출을 확대해 내수를 부추겨야 한다"고
설파했다.

또 피에트르 보틀리에 세계은행 자문역도 세계은행이 한국 등 5개국과
불황극복 프로그램으로 "펌프-프라이밍"정책을 모색중이라고 밝혔다.

펌프-프라이밍 정책은 30년대의 대공황때 미국이 취한 뉴딜정책의 또다른
표현으로 펌프에서 물(경기부양)을 뽑아올리기 위해선 먼저 마중물(공공지출
확대)을 부어야 한다는 데서 따온 말이다.

이와관련 세베리노 부총재는 "마중물로는 사회간접자본 건설사업 등이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는 대공황때 미국이 시행한 TVA(테네시강 유역 개발공사)같은 대규모
공공토목사업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편 세계은행의 이같은 정책권유는 두 가지점에서 눈길을 끈다.

첫째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을 지지해온 세계은행이
"내수주도형 성장전략"으로 전환했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공공지출 확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 국가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재정긴축 정책과 상충된다는 점이다.

이와관련 보틀리에 자문역은 "일본 등 선진국 시장의 아시아 상품 수입
능력이 약화돼 이제는 수출주도형 전략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고 정책선회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혁 기자 limhyuck@>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