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우 총괄재무팀은 19일 아침 긴급 회의를 가졌다.

제일은행과 다시 맺을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어떻게 보완할 것이냐를 논의
하기 위해서였다.

대우는 이미 지난 2월,4월 두차례나 이 약정을 손질했다.

그런데 금융감독위원회가 수정지시를 내린 것이다.

금감위는 지난 18일 다음달말까지 새 약정을 내놓으라고 5대그룹에 통보
했다.

그것도 "빅딜 대상 선정"까지 포함된 것이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한솔그룹은 이날 오너인 이인희 고문이 위원장을 맡는 구조조정위원회를
만들었다.

한솔은 이번 부실기업 판정에서 계열사를 모두 "무사해" 부러움을 샀던
기업.

한솔 관계자는 "정부의 기업구조조정 일정에 앞서 먼저 구조조정을 끝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상장사 10개를 포함한 55개 기업이 "사망선고"를 받은 18일.

그러나 살아남게 돼 기뻐하는 기업은 찾기 어려웠다.

대다수 기업들은 새로운 생존법을 찾기 위해 오히려 훨씬 바빠졌다.

강제퇴출 판정은 결국 본격적인 기업구조조정의 신호탄이었기 때문이다.

금감위의 스케줄부터가 그렇다.

금감위는 다음달 15일에는 6~64대 그룹 가운데 구조개혁 대상으로 16개
그룹을 선정한다.

8대 대형 은행당 2개 그룹씩이다.

이렇게 선정된 그룹에서 부채상환능력이 떨어지는 계열사는 퇴출시킨다.

그룹 전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뿐만 아니다.

8개 은행이 각각 10개씩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따로 뽑는다.

7월말에 가서는 퇴출대상 중소기업을 솎아내는 작업도 끝낸다.

이후 9월말까지 구조조정작업을 계속 밀어붙이겠다는게 금감위의 일정이다.

앞으로 최소한 1백일간은 기업들이 한순간도 마음을 놓을 틈이 없다는
얘기다.

그래서 기업들이 해야할 선택은 가지수가 많지 않다.

성장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또 가능한 부채비율을 떨어뜨려야 한다.

영업이익을 조금이라도 내야 한다.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도 높여야 한다.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한시바삐 기업체질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재계는 하위그룹의 경우 그동안 검토해온 사업부제를 적극 도입해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유하고 있다.

듀퐁 제너럴일렉트릭(GE) 등 미국계 다국적기업들의 경영체제인 사업부제는
단일 회사가 다양한 사업부문을 갖는 경영체제다.

사업부제 도입에 따른 장점은 적지 않다.

우선 사업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계열사를 줄일 수 있다.

계열사간 상호빚보증도 이 과정에서 해소할 수 있다.

중복부문의 인력 감축이 용이해져 경쟁력을 높아질 수 있다.

특히 부채비율이 높던 일부 기업의 경우 부채가 많다는 이유로 퇴출되는
최악의 경우를 피할 수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모기업을 사업지주회사로 운영해 일부 계열사에 대해서는
일정 지분만을 남기고 매각하는 방법도 유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사업을 "빅딜" 내지 "스몰딜"의 형태로 교환하는 방법도 이제는
유용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끼리의 교환이 외국기업과의 협상 보다는 성사가 쉬울 것이기
때문이다.

외국기업과의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는 일도 시급한 과제다.

이는 현실적으로 볼 때 외국인 주주라는 "우군"을 둠으로써 강제 퇴출의
칼을 피하는 방법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이밖에 일부 비핵심 계열사를 자발적으로 정리하고 관련 업무는 외부에서
아웃소싱하는 하는 전략도 필요하다.

또 기업설명회(IR)를 자주 개최해 퇴출관련 루머를 봉쇄하는 것도 반드시
기울여야할 노력이다.

기업은 "환경적응업"이라고들 한다.

정부는 이미 환경을 예고해 놓고 있다.

부채상환능력이 없고 이익을 못내는 기업은 죽이겠다는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기업들에 지워진 지상명령인
셈이다.

< 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