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법원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영장실질심사제를 놓고 한판 붙었던 양측은 이번에 의정부지원의
한 판결을 놓고 치열한 성명전을 펴고 있다.

이번 성명전은 지난 15일 의정부판사비리사건으로 구속된 이순호변호사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면서 시작됐다.

무죄선고 이유는 이변호사가 외근사무장을 통해 대가를 지불하고 사건을
수임했다해도 변호사법에 처벌규정이 없다는 것.

이에 대해 대검은 16일 공식발표를 통해 즉각 비난하고 나섰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판례를 어긴 것은 물론 법조비리 척결에 대한 국민여망
을 저버린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전국적으로 법조비리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검찰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검찰이 이렇게 나오자 대법원은 19일 "검찰발표에 대한 대법원 입장"을
발표, 맞받아쳤다.

"법관이 내린 판결에 대해 검찰이 형사소송법상 상소절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도외적인 방법을 통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은 재판권
독립을 현저히 위협하는 것이다"

이의가 있으면 항소하면 그만이라는게 대법원의 주장이다.

검찰과 대법원의 이같은 힘겨루기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서로의 입장은 이해되지만 지금이 감정싸움할 때냐는 지적이다.

소모적 기 싸움할 힘을 민생법률서비스개선을 위해 쓰면 어떨까.

극심한 경제난과 실직한파에 기가 꺽인 국민들에게는 적잖은 위안이 될
것이다.

지금은 검찰과 법원이 한가롭게 명분싸움을 할 시국이 아니라는 얘기다.

고기완 < 사회1부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