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세계일류로] 미국 성공사례 (3) '투명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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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기업경영이 투명해야 하는지는 미국의 증권시장을 보면 간단히 알수
있다.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경영만 한다면 일단 "입장"을 허용하는게 미국
시장이다.
적자를 내도 좋다.
투자할 만한 회사인지는 투자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투자자가 경영상태를 확연히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회사는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쫓아 버린다.
여기서 쫓겨나서 혼자 힘으로 살아갈 기업은 없다.
미국의 자본가와 기업들이 한국의 구조조정을 바라보며 "투명성"을
유난스럽게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현재상태와 장래의 가치를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라는 요구다.
미국 자본주의의 요람으로 불리는 나스닥 (Nasdaq)을 보자.
세계 정보통신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사를 비롯 인텔
애플 오라클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을 길러낸 곳이다.
"제2, 제3의 마이크로 소프트"를 꿈꾸는 1백22개 업체가 올들어 이곳의
새 식구로 등록하면서 64억3천만달러의 초기 운전자금(IPO)을 조달했다.
그러나 퇴출당한 업체도 적지 않다.
올 들어 나스닥에서 나간 업체가 신규등록 기업보다 많은 2백9개사에
달한다.
이중 절반 가량은 상급시장인 뉴욕 증권거래소(NYSE)등으로 "승격"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자격을 유지하지 못해 쫓겨난 경우다.
심각해 보이지만 나스닥에서 이런 일은 뉴스 거리가 못된다.
매년 4백~6백개의 창업기업이 IPO를 통해 상장하고, 3백~4백개 업체가
퇴출당하는 일이 벌써 몇 십년째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다산다사형이다.
나스닥 운영기관인 전미주식거래협회(NASD)의 자브 회장은 그 요인을
"주식시장 운영을 완전한 시장경쟁 원리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증시를 예로 들었지만 기업의 사활자체가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진입퇴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등록기준이 한국이나 일본의
장외시장에 비해 훨씬 유연하기 때문이다.
등록조건으로 실적은 따지지 않는다.
만성적인 적자회사도 얼마든지 등록이 가능하다.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만한 첨단기술이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충분하다.
일단 나스닥에 등록된 기업은 엄격한 "정보공개 (disclosure)"를 요구
받는다.
장래에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까지 등록때부터 명시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경쟁사와의 관계변화나 시황변동에 따라 입을 손실위험 등 예상되는
리스크도 수시로 공시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정보를 숨기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그대로 퇴장명령이
떨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10여개사가 정보공개를 불성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등록
취소 검토에 들어가 있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까다로운 상장조건을 요구하고 일단 이 관문을 통과해
상장된 업체에 대해서는 경영이 투명하지 않아도 눈 감아주는 관행과는
정반대다.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려운 미국의 대학이 한국이나 일본과 정반대인
것과 같은 이치다.
일단 가능한 한 누구에게나 "무대"를 내주되 승패는 알아서 하라는 것이
미국식 투명성, 다시말해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이것이 미국 자본주의의 요체다.
투자자들은 이런 투명성을 좇아 자금을 자본시장에 맡길 수 있게 된다.
연간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연.기금을 비롯한 각종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은행이 아니라 증권시장을 통해 직접 기업들로 몰리고 있는 까닭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커더 켐퍼 증권의 코리아 펀드 매니저인 존 리(40)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회계기준의 투명성과 경영정보 공개 제도를 확립하도록 요구하는
배경을 바로 미국증시가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산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받고 있는 경영의 투명성이 미국경제와
기업들을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시킨 원동력이라는 얘기다.
미국 기업들이 앞장서서 사외이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투자자들을 대표해 기업들의 경영상황을 파악토록 함으로써 투자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미국기업들의 이사회는 사내인사보다 훨씬 더 많은 사외인사들로 구성돼
있는게 특징이다.
예컨대 포천이 선정한 1천대 기업의 경우 이사수가 평균 13명이며 이중
9명이 외부인사로 나타나 있다.
월가의 회계법인인 쿠퍼스 라이브랜드의 한국계 조형택 파트너는
"70~80년대에 미국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글로벌화를 이행하면서 겪은 처절한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자리잡혔다"고 설명한다.
당시만해도 미국기업들은 정부가 만들어 준 높은 규제의 벽에 안주하는
것 만으로도 사업하는데 별 지장이 없었다.
항공 전자 기계같은 거대산업에서도 정부납품 계약이 경쟁과는 거리가 먼
나눠먹기식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졌다.
"땅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으로도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경영투명성까지 따질 필요도 없었다.
이런 와중에서 마쓰시타 필립스 지멘스 등 경쟁력을 갖춘 외국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자 미국기업들의 수익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미국 투자자들도 보다 경쟁력 있는 외국 기업들의 주식으로 돈이 몰렸다.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미국기업들은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기
위해서도 리스트럭처링과 함께 경영투명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실적은 좋지않았지만 상태를 공개하고 장래성을 믿어달라는 요구가
먹혀들었다.
그리고 "모호한"경영을 지속해 오던 일본기업들은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젠 투명하지 않은 기업은 발을 붙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원점에서부터 경쟁력을 다시 만들어야할 한국의 기업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역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시장원리에 충실한 "경쟁규칙(rule of game)"만을 만들고 기업들은
그에 맞춘 투명한 경영으로 경쟁에 임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2일자 ).
있다.
투자자들이 확인할 수 있도록 경영만 한다면 일단 "입장"을 허용하는게 미국
시장이다.
적자를 내도 좋다.
투자할 만한 회사인지는 투자자가 알아서 판단할 일이다.
투자자가 경영상태를 확연히 파악하기 어렵게 하는 회사는 상태가 아무리
좋아도 쫓아 버린다.
여기서 쫓겨나서 혼자 힘으로 살아갈 기업은 없다.
미국의 자본가와 기업들이 한국의 구조조정을 바라보며 "투명성"을
유난스럽게 강조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래서다.
현재상태와 장래의 가치를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게 하라는 요구다.
미국 자본주의의 요람으로 불리는 나스닥 (Nasdaq)을 보자.
세계 정보통신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는 마이크로 소프트사를 비롯 인텔
애플 오라클 등 내로라 하는 기업들을 길러낸 곳이다.
"제2, 제3의 마이크로 소프트"를 꿈꾸는 1백22개 업체가 올들어 이곳의
새 식구로 등록하면서 64억3천만달러의 초기 운전자금(IPO)을 조달했다.
그러나 퇴출당한 업체도 적지 않다.
올 들어 나스닥에서 나간 업체가 신규등록 기업보다 많은 2백9개사에
달한다.
이중 절반 가량은 상급시장인 뉴욕 증권거래소(NYSE)등으로 "승격"했지만
나머지 절반은 자격을 유지하지 못해 쫓겨난 경우다.
심각해 보이지만 나스닥에서 이런 일은 뉴스 거리가 못된다.
매년 4백~6백개의 창업기업이 IPO를 통해 상장하고, 3백~4백개 업체가
퇴출당하는 일이 벌써 몇 십년째 "전통"처럼 이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다산다사형이다.
나스닥 운영기관인 전미주식거래협회(NASD)의 자브 회장은 그 요인을
"주식시장 운영을 완전한 시장경쟁 원리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증시를 예로 들었지만 기업의 사활자체가 시장원리에 의해 결정된다는
얘기다.
이렇게 진입퇴출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등록기준이 한국이나 일본의
장외시장에 비해 훨씬 유연하기 때문이다.
등록조건으로 실적은 따지지 않는다.
만성적인 적자회사도 얼마든지 등록이 가능하다.
투자자들을 끌어모을 만한 첨단기술이나 아이디어만 있으면 충분하다.
일단 나스닥에 등록된 기업은 엄격한 "정보공개 (disclosure)"를 요구
받는다.
장래에 어떤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지에 대해서까지 등록때부터 명시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경쟁사와의 관계변화나 시황변동에 따라 입을 손실위험 등 예상되는
리스크도 수시로 공시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정보를 숨기거나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그대로 퇴장명령이
떨어진다.
지금 이 순간에도 10여개사가 정보공개를 불성실하게 했다는 이유로 등록
취소 검토에 들어가 있다.
한국이나 일본처럼 까다로운 상장조건을 요구하고 일단 이 관문을 통과해
상장된 업체에 대해서는 경영이 투명하지 않아도 눈 감아주는 관행과는
정반대다.
입학은 쉽지만 졸업이 어려운 미국의 대학이 한국이나 일본과 정반대인
것과 같은 이치다.
일단 가능한 한 누구에게나 "무대"를 내주되 승패는 알아서 하라는 것이
미국식 투명성, 다시말해 "글로벌 스탠더드"이다.
이것이 미국 자본주의의 요체다.
투자자들은 이런 투명성을 좇아 자금을 자본시장에 맡길 수 있게 된다.
연간 수천억달러에 달하는 연.기금을 비롯한 각종 기관투자가들의 자금이
은행이 아니라 증권시장을 통해 직접 기업들로 몰리고 있는 까닭도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스커더 켐퍼 증권의 코리아 펀드 매니저인 존 리(40)는 "미국이 한국과
일본에 대해 회계기준의 투명성과 경영정보 공개 제도를 확립하도록 요구하는
배경을 바로 미국증시가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한다.
미국산 글로벌 스탠더드로 인정받고 있는 경영의 투명성이 미국경제와
기업들을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시킨 원동력이라는 얘기다.
미국 기업들이 앞장서서 사외이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투자자들을 대표해 기업들의 경영상황을 파악토록 함으로써 투자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미국기업들의 이사회는 사내인사보다 훨씬 더 많은 사외인사들로 구성돼
있는게 특징이다.
예컨대 포천이 선정한 1천대 기업의 경우 이사수가 평균 13명이며 이중
9명이 외부인사로 나타나 있다.
월가의 회계법인인 쿠퍼스 라이브랜드의 한국계 조형택 파트너는
"70~80년대에 미국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글로벌화를 이행하면서 겪은 처절한
실패에 대한 반성에서 글로벌 스탠더드가 자리잡혔다"고 설명한다.
당시만해도 미국기업들은 정부가 만들어 준 높은 규제의 벽에 안주하는
것 만으로도 사업하는데 별 지장이 없었다.
항공 전자 기계같은 거대산업에서도 정부납품 계약이 경쟁과는 거리가 먼
나눠먹기식 수의계약으로 이루어졌다.
"땅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으로도 일정한 수익이 보장되기 때문에
경영투명성까지 따질 필요도 없었다.
이런 와중에서 마쓰시타 필립스 지멘스 등 경쟁력을 갖춘 외국 기업들이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자 미국기업들의 수익은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미국 투자자들도 보다 경쟁력 있는 외국 기업들의 주식으로 돈이 몰렸다.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미국기업들은 투자자들의 발길을 돌리게 하기
위해서도 리스트럭처링과 함께 경영투명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실적은 좋지않았지만 상태를 공개하고 장래성을 믿어달라는 요구가
먹혀들었다.
그리고 "모호한"경영을 지속해 오던 일본기업들은 시장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젠 투명하지 않은 기업은 발을 붙이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원점에서부터 경쟁력을 다시 만들어야할 한국의 기업들이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아야 할 역정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시장원리에 충실한 "경쟁규칙(rule of game)"만을 만들고 기업들은
그에 맞춘 투명한 경영으로 경쟁에 임하는 것이 구조조정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