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충격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그렇다고 마냥 비관할수만은
없다.

이럴 때 눈물과 웃음은 가장 뛰어난 "카타르시스의 묘약"이다.

최근 출간된 구효서(40)씨의 "오남리 이야기"(열림원)와 박덕규(40)씨의
"함께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웅진출판)은 소시민들의 눈물겨운 삶을
해학적으로 승화시킨 소설집이다.

구씨의 "오남리 이야기"에는 소형 아파트단지의 평범한 이웃사람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들은 작가가 "가족과 떨어져 혼자 밥 해먹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글쓰며
살기 위해" 이사한 경기도 남양주군 오남면 보라아파트 주민이다.

남쪽에 오동나무가 자라는 마을.

부동산중개인 자격취득시험에서 평균 91점을 맞았다는 대신부동산
주인아저씨와 바게트 써는 솜씨가 형편없는 빵집 아주머니, 극동슈퍼마켓
주인남자, 주문배달에 재미들인 경태 엄니, 아들낳다 잘못돼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두송이 엄마 등이 질펀한 삶의 "육자배기"를 쏟아낸다.

변두리로 밀려난 사람들의 내면풍경을 통해 우리시대 소시민들의
세상살이를 비춰보는 작가의 시선이 따뜻하다.

이 작품의 겉모습은 96년 두만강을 건너 입북했다가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투옥된 소설가 김하기씨에게 보낸 편지글로 구성돼있다.

지난 3월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김씨의 답장도 들어있다.

김씨와 처음 만난 얘기, 공주교도소로 황석영씨를 면회갔던 일 등을
전하면서 그 속에 틈틈이 오남리 이야기를 끼워넣은 스타일이 흥미롭다.

소설 판매수익금은 대구교도소에 수감중인 시인 박영희씨를 위해 쓰여질
예정이다.

박씨의 "함께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웅진출판)에는 IMF현실을 다룬
"너무나 큰 지구"를 비롯 9편의 중.단편이 실려있다.

성실하고 창의성도 뛰어나 대번에 인기 글짓기교사로 올라선 여주인공은
느닷없이 덮쳐온 위기에 휘말려 허우적댄다.

글짓기 공부팀은 해체되고 "너무 많이 먹고 자주 놀았다"는 비난이
날아오자 그녀는 혼란스러워진다.

알수 없는 혼돈의 세상을 통해 작가는 무서운 파괴력의 본질을 되묻는다.

단편 "함께 있어도 외로움에 떠는 당신들"에도 핍진한 삶의 단면들이
새겨져 있다.

탈북자를 잡아가는 노루사냥꾼과 북한인 귀순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면직된
기관원, 프락치 노릇으로 운동권을 주름잡았던 출판사 사장, 죽기보다 싫은
내용의 글을 마지못해 써야하는 소설가.

이들이 서로를 착취하고 이용하면서 탈진해 쓰러질때까지 맹목적으로
질주하는 과정이 그려져 있다.

이밖에 부패한 교육현실로 고뇌하는 지식인과 마음의 문을 닫고
사랑결핍증으로 고통받는 여자, 돈의 굴레에 시달리는 남편 등 "그늘진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는 현실의 안팎을 넘나들며 이들의 "눈물"을 모았다가 기발한 유머와
재치로 "웃음"의 꽃을 피워올린다.

< 고두현 기자 kd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