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부가 경제구조개혁의 핵심사안인 은행개혁에 나서기 시작했다.

은행권의 막대한 부실채권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생길지도 모를 은행
파산에 대비, 이들 파산은행의 영업을 이어받을 "가교은행"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22일 가토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을 만나 다음달
8일까지 가교은행 설립및 세부사항을 확정짓기로 합의했다.

일본이 이처럼 은행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게 된 것은 순전히 미국의
압력때문이다.

미국정부는 지난주 엔화가치 회복을 위해 일본과 함께 시장에 개입한
댓가로 이에 상응하는 개혁조치를 강력히 요구했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은 일본이 조속한 은행개혁등 경제구조조정에
즉각 나서지 않을 경우 엔환율을 공동시장개입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일본정부는 미국에 무언가 가시적인 개혁움직임을 행동으로
보여줄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결과 우선 가교은행설립 계획을 통해 미국의 환심을 사기로 결정한
것 같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은행 부실채권정리는 미국의 요구사항중 최대 핵심이다.

무엇보다 부실채권을 정리해 은행시스템을 건전화해야 엔화가 회복될수
있다고 미국은 판단하고 있다.

은행이 건실해야만 잃었던 외국인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어 엔화회복과
동남아금융시장안정의 두마리 토끼를 잡을수 있다는 생각이다.

일본은행들의 부실채권 규모는 정부발표로는 30조엔이나 민간경제학자들은
70조-1백조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부실채권규모가 이처럼 막대한 탓에 부실채권정리가 은행개혁의 시작이자
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가교은행 설립계획은 그동안 은행이 더이상 도산하는 것을 원치 않아온
일본정부의 입장이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일본정부는 지금까지 구제금융등을 통해 일본은행들의 도산사태를 막을
작정이었다.

그러나 이에대해 미국은 망할 은행은 망하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가교은행이 설립되고 은행개혁이 구체화되면 일본금융산업에 대한
국제금융시장의 신뢰가 회복될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결과 내달쯤이면 엔화의 안정회복세도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도쿄=김경식 특파원 kimks@dc4.so-net.ne.j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