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것"이 항상 아름다운것 만은 아니다.

"규모의 경제" 못지않게 "규모의 비경제(diseconomy)"도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서구 금융계를 휩쓸고 있는
메가머저(Mega Merger) 열풍이 근거없는 맹신을 낳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으로는 은행 증권 보험등을 모두 포괄하는 거대 금융그룹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소형은행들은 틈새시장을 찾아야 한다", "중형급 은행들은 합병
파트너를 잡지 못하면 문닫아야 한다"등의 말들은 실제보다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형합병을 통해 시장을 지배할 수는 있을 지 모르지만 수익이나 비용의
생산성에서는 중소형은행들이 대형은행보다 앞선다는 얘기다.

특히 작은 몸집으로 민첩하게 움직이면서 인수합병(M&A)에서도
소형은행들이 더 분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이코노미스트 자매사인 스트래터직 파이낸스가 개인및 소규모사업자를
상대로 영업하는 미국 상업은행들의 실적을 조사한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소형은행(자산기준 1백억달러미만)의 고객 1인당
비용은 그보다 더 큰 은행들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경비지출 대출조사 리스트럭처링등에 들어간 소형은행의 고객
1인당비용은 초대형은행(3백50억달러이상)보다 20% 가량 더 적게 들었다.

고객 1인당 수익측면에서도 지난 96년 중반부터 중소형은행이 대형은행을
앞지르고 있다.

일반인들에겐 초대형 인수합병(메가머저)만이 알려져 있지만 소형은행들이
M&A에 더 적극적이었다는 사실도 상식을 뒤집는다.

지난 5년간 미국 은행들이 M&A를 통해 얼마나 자산규모를 늘려나갔는 가를
분석한 미국 SNL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소형은행들의 자산증가율은 대형은행
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대부분의 대형은행들이 평균증가율(2백50%) 보다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는
데 반해 가장 M&A에 적극적인 10개 소형은행중 4개는 이를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월가의 투자자들이 메가머저의 분위기에 압도돼 주가급등에
따른 프리미엄을 챙기는 데 급급한 상황이라고 설명한다.

알짜배기 소형은행 주식이 얼마나 가치있는 지는 판단하지도 않고 그저
"큰것이 좋다"는 생각이 월가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 장규호 기자 ghchang@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