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은 세계일류로] 미국 성공사례 (4) 풀뿌리시장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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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대를 평정한 미국의 힘은 흔히들 "풀뿌리 민주주의(grass-roots
democracy)"에 있다고 한다.
특정 소수집단이 아닌 국민전체의 의사를 집약적으로 반영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가 힘의 원천이라는 말이다.
정치나 사회 뿐이 아니다.
미국경제가 이룩한 극적인 회생비결 역시 "풀뿌리 시장경제"에 있다는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들이 직접투표를 통해 정치가를 선택하듯 수많은 투자자들이 자본시장
에서의 직접투자를 통해 "키울 기업"과 "걸러낼 기업"을 솎아냄으로써
경제체질을 비약적으로 개선시켰다는 얘기다.
세계은행의 국별 금융통계는 미국경제가 "풀뿌리 자본주의"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작년말 현재 미국 기업들의 채권발행 잔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백10%에
달한다.
반면 은행에서 차입한 금액은 GDP의 50%에 불과하다.
미국기업들의 주된 돈줄이 간접 금융시장인 은행이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집합체인 증권시장이라는 얘기다.
투자자가 수천만명인 증권시장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나 은행의 관계자들을 만나 "금융 로비"를 할 이유가 없다.
"관치금융"이나 "정치금융" 따위는 아예 발 붙일 자리가 없다.
은행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요란스레 "유망기업"을 선정해 은행 돈을 몰아 주거나 퇴출대상이
되는 "살생부"를 작성하는 일은 상상이 불가능하다.
투자자들을 설득시키면 돈이 들어 온다.
월가의 투자금융회사인 로스차일드사의 윌버 로스 회장은 한국이 참고해야
할 것이 바로 이 대목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정인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투자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경영비전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펴 나가는
시스템을 확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이나 일본의 현실은 그 반대다.
일본의 경우 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GDP의 무려 1백50%에 달하는
반면 채권발행 잔고는 75%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한국기업들의 GDP 대비 채권발행잔액 비율은 50%에도 못 미친다.
기업자금의 골간을 간접금융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돈줄을 은행이 쥐고 있는한 "로비"로 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은행은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결국 관료나 정치인이 각종 "영향력"을 갖게돼 끝내는 정경유착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에서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이들의 돈을 끌어모아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제일의 관심사는 수익이다.
성장성 있고 수익도 많이 낼 만한 기업들을 골라서 돈을 맡긴다.
70-80년대에 미국 산업계를 풍미했던 매그나박스 웨스팅하우스 제니스
등의 유력기업들이 문패를 내렸거나 외국인의 손에 넘어간 이유도 투자자들의
외면 때문이었다.
불과 4년전인 94년 설립된 넷스케이프사 등 창업 10년 안팎의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이 미국산업의 간판스타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 역시
투자자들의 "지지표(투자)" 덕분이었다.
투자자들의 선택을 의식한 행동이 요즘 미국경제가 누리고 있는 고성장-
저물가-고용안정 동시달성이라는 "신경제(New Economy)"의 원천이기도 하다.
일반 투자자들의 돈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생산성향상을 통한
수익 극대화에 매진할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임금 등 비용을 최소화
해야 하는게 미국 기업들의 현실이다.
정부가 나서서 "임금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도 없다.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진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제품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굳이 정부가 "물가정책"을 펼 이유가 없다.
미국경제가 올 1.4분기에 4.8%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하면서도
생산자물가는 오히려 1.8% 하락한 까닭이 간단히 설명된다.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4.3%로 낮아졌는에도 지난 18년간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을 직접 상대하면 되기 때문에 자신있는 사람들은 일단 기업을
만들고 본다.
90년대 들어 미국에서 창업한 벤처기업만도 대략 1백80여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되고 있다.
이들 창업기업은 미국인들에게 풍부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포천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들이 80년대 이후 3백여만명의 일자리를
줄였고, 오는 2000년까지 1백여만명을 추가로 감축키로 한 상황에서 벤처
기업들의 고용창출은 미국경제의 활력소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풀뿌리 자본주의는 외국기업들을 앞 다퉈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내고 있다.
작년에 외국기업들이 미국에 직접투자한 규모는 9백7억4천8백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96년(7백64억5천3백만달러)보다 무려 18.7%나 늘어난 규모다.
올 1.4분기에도 2백38억5천2백만달러가 투자됐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규모가 1천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풀뿌리 투자자들의 이런 냉엄한 선택은 미국기업 뿐이 아니라 미국 증권
시장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해외 각국기업의 사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이 작년 11월 외환위기를 맞은 데는 미국 투자자들의 자금회수가
한 몫을 한 게 사실이다.
엔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미국의 자본이 엔화자산을 팔아 치우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풀뿌리 투자자들이 해외경제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티은행에서 아시아 투자를 담당하다가 최근 클레멘슨 캐피털이라는
금융회사를 차려 독립한 마리엘 클레멘슨 사장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최고수단은 시장원리에 충실한 경제운영"이라고 잘라 말한다.
정부가 힘들게 투자유치 사절단 같은 것을 파견하지 않아도 외국기업들이
제발로 찾아 오게 만드는 지름길은 "풀뿌리 자본주의"에 있다는 설명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3일자 ).
democracy)"에 있다고 한다.
특정 소수집단이 아닌 국민전체의 의사를 집약적으로 반영하는 대의민주주의
제도가 힘의 원천이라는 말이다.
정치나 사회 뿐이 아니다.
미국경제가 이룩한 극적인 회생비결 역시 "풀뿌리 시장경제"에 있다는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들이 직접투표를 통해 정치가를 선택하듯 수많은 투자자들이 자본시장
에서의 직접투자를 통해 "키울 기업"과 "걸러낼 기업"을 솎아냄으로써
경제체질을 비약적으로 개선시켰다는 얘기다.
세계은행의 국별 금융통계는 미국경제가 "풀뿌리 자본주의"에 의해 운영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작년말 현재 미국 기업들의 채권발행 잔액은 국내총생산(GDP)의 1백10%에
달한다.
반면 은행에서 차입한 금액은 GDP의 50%에 불과하다.
미국기업들의 주된 돈줄이 간접 금융시장인 은행이 아니라 개인 투자자들의
집합체인 증권시장이라는 얘기다.
투자자가 수천만명인 증권시장에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나 은행의 관계자들을 만나 "금융 로비"를 할 이유가 없다.
"관치금융"이나 "정치금융" 따위는 아예 발 붙일 자리가 없다.
은행의 눈치를 살피지 않아도 된다.
정부가 요란스레 "유망기업"을 선정해 은행 돈을 몰아 주거나 퇴출대상이
되는 "살생부"를 작성하는 일은 상상이 불가능하다.
투자자들을 설득시키면 돈이 들어 온다.
월가의 투자금융회사인 로스차일드사의 윌버 로스 회장은 한국이 참고해야
할 것이 바로 이 대목이라고 말한다.
그는 "특정인사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투자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경영비전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구조조정을 펴 나가는
시스템을 확립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이나 일본의 현실은 그 반대다.
일본의 경우 기업들이 은행에서 빌린 돈은 GDP의 무려 1백50%에 달하는
반면 채권발행 잔고는 75%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한국기업들의 GDP 대비 채권발행잔액 비율은 50%에도 못 미친다.
기업자금의 골간을 간접금융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돈줄을 은행이 쥐고 있는한 "로비"로 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은행은 정부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
결국 관료나 정치인이 각종 "영향력"을 갖게돼 끝내는 정경유착으로
이어지게 된다.
미국에서는 개인투자자는 물론 이들의 돈을 끌어모아 회사채에 투자하는
펀드매니저들에게 제일의 관심사는 수익이다.
성장성 있고 수익도 많이 낼 만한 기업들을 골라서 돈을 맡긴다.
70-80년대에 미국 산업계를 풍미했던 매그나박스 웨스팅하우스 제니스
등의 유력기업들이 문패를 내렸거나 외국인의 손에 넘어간 이유도 투자자들의
외면 때문이었다.
불과 4년전인 94년 설립된 넷스케이프사 등 창업 10년 안팎의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벤처기업들이 미국산업의 간판스타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 역시
투자자들의 "지지표(투자)" 덕분이었다.
투자자들의 선택을 의식한 행동이 요즘 미국경제가 누리고 있는 고성장-
저물가-고용안정 동시달성이라는 "신경제(New Economy)"의 원천이기도 하다.
일반 투자자들의 돈을 최대한 끌어 모으기 위해서는 생산성향상을 통한
수익 극대화에 매진할 수 밖에 없고, 이를 위해서는 임금 등 비용을 최소화
해야 하는게 미국 기업들의 현실이다.
정부가 나서서 "임금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도 없다.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진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은 제품가격을 떨어뜨리고
있다.
굳이 정부가 "물가정책"을 펼 이유가 없다.
미국경제가 올 1.4분기에 4.8%라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기록하면서도
생산자물가는 오히려 1.8% 하락한 까닭이 간단히 설명된다.
실업률이 완전고용 수준인 4.3%로 낮아졌는에도 지난 18년간 근로자들의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락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투자자들을 직접 상대하면 되기 때문에 자신있는 사람들은 일단 기업을
만들고 본다.
90년대 들어 미국에서 창업한 벤처기업만도 대략 1백80여만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유에스뉴스 앤드 월드리포트)되고 있다.
이들 창업기업은 미국인들에게 풍부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포천지가 선정한 5백대 기업들이 80년대 이후 3백여만명의 일자리를
줄였고, 오는 2000년까지 1백여만명을 추가로 감축키로 한 상황에서 벤처
기업들의 고용창출은 미국경제의 활력소임에 틀림없다.
미국의 풀뿌리 자본주의는 외국기업들을 앞 다퉈 끌어들이는 효과까지
내고 있다.
작년에 외국기업들이 미국에 직접투자한 규모는 9백7억4천8백만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96년(7백64억5천3백만달러)보다 무려 18.7%나 늘어난 규모다.
올 1.4분기에도 2백38억5천2백만달러가 투자됐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올해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규모가 1천억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풀뿌리 투자자들의 이런 냉엄한 선택은 미국기업 뿐이 아니라 미국 증권
시장에 자금을 조달하려는 해외 각국기업의 사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이 작년 11월 외환위기를 맞은 데는 미국 투자자들의 자금회수가
한 몫을 한 게 사실이다.
엔화가 약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미국의 자본이 엔화자산을 팔아 치우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풀뿌리 투자자들이 해외경제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티은행에서 아시아 투자를 담당하다가 최근 클레멘슨 캐피털이라는
금융회사를 차려 독립한 마리엘 클레멘슨 사장은 "외국인 직접투자를
유치하기 위한 최고수단은 시장원리에 충실한 경제운영"이라고 잘라 말한다.
정부가 힘들게 투자유치 사절단 같은 것을 파견하지 않아도 외국기업들이
제발로 찾아 오게 만드는 지름길은 "풀뿌리 자본주의"에 있다는 설명이다.
< 뉴욕=이학영 특파원 hyrhee@earthlink.ne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