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구조조정의 방안과 전망"에 관한 세미나가 23일 무역협회에서 열렸다.

국민회의가 주최하고 무역협회가 후원한 이날 세미나에서 에드워드 몬티
그레이엄 미국 국제경제연구소(IIE) 선임연구위원은 "생산력제고와 도덕적
해이근절"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대량실업을 막으려면
제조업과 금융기관의 자본구조 재편성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했다.

< 정리 = 채자영 기자 jycha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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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발간된 맥킨지 보고서는 한국의 제조업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
이든 국제적인 경쟁사에 비해 노동과 자본생산성이 낮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저생산성이야말로 한국경제위기의 근본적 요인이다.

물론 금융부분이 위기의 발단이 됐다.

그러나 한국 경제위기의 기저에는 낮은 노동 및 자본생산성이 자리잡고
있고 따라서 경제위기의 해결책에는 한국기업의 국제경쟁력 증대방안이
포함돼야 한다.

한국은 교육받은 노동력과 높은 수준의 기술적 경영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이것이 높은 생산성으로 직결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첫째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다.

대마불사론으로 상징되는 도덕적 해이는 투자에 실패해도 경영자가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될 때 발생한다.

이는 과거 산업화시대에 정부의 특혜금융으로 투자분야를 결정하던 시기의
유산이며 또한 현재 재벌기업의 특징인 과도한 상호지급보증과 낮은 생산성의
원인이다.

둘째 기업의 투명성 결여다.

기업의 핵심적인 회계정보는 심지어 은행에조차도 은폐돼 있고 은행은
경제적인 분석보다는 과거의 관계나 정부의 압력에 따라 대출을 결정해왔다.

셋째는 경쟁의 부족이다.

이는 기업의 생산성 증대의 유인을 고갈시키는 원인이 됐다.

80년대말 일본자동차 회사들이 미국에 자회사를 설립한 것이 오히려
미국자동차회사의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됐던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

이러한 도덕적 해이를 불식시킬 대책은 1)국제기준의 회계원칙과
외부감사제도를 도입해 대기업 회계정보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2)금융기관의
감독 평가능력을 높이는 것이다.

3)이에 덧붙여 수입이나 직접투자형태를 통해 경쟁을 강화시키는 조치가
필요하다.

4)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단기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필요하다.

노동생산성증대와 대량실업방지의 두가지 목표를 한번에 달성하기 위해
먼저 제조업과 금융기관의 자본구조의 재편성이 불가피하다.

제조업의 경우 과도한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자산재평가를 하고
부채를 주식으로 스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금융기관 자본 재편성을 위해서는 공공자금을 유입시키고 금융기관이
보유한 기업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처럼 은행이 기업의 대주주가 될 경우 도덕적 해이가 심각해질 우려도
있다.

이를 막으려면 정부보유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보유 은행주식의 매각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구체적
시간표를 제시해야 한다.

실업대책을 위해 단기적으로 실업보장이 불가피하고 장기적으로 고용창출이
필요하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먼저 벤처캐피탈시장을 육성해야 한다.

또한 고용창출의 잠재력을 가진 서비스 분야에서 획기적인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