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명예회장의 귀환과 더불어 현대의 대북사업 행보는 더욱 빨라지게
됐다.

정 명예회장 일행은 이번 방북기간중 북측과 합의한 사업은 금강산 관광.
개발, 자동차 현지조립, 수리조선소건설, 북한내 화차공장 현대화 등.

지난 89년 방북 때 합의한 내용에 자동차 사업이 추가됐다.

금강산 관광 및 개발 사업은 관련 계약을 체결한데다 자동차를 빼고는 지난
89년 방북때 합의한 내용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신속한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대는 7월중 실무진을 북한에 보내 북한당국과 세부방안을 협의키로 했다.

합의 사항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역시 금강산 관광 및 개발
사업.

관광사업은 금강개발산업 여행사업부와 현대상선 객선영업개발부가, 개발
사업은 현대건설과 현대종합상사가 각각 나눠 맡게 된다.

개발단계에서 호텔 카지노 온천 골프장 레저타운 등의 사업에는
금강개발산업(현대백화점)과 형제기업인 성우 등도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는 이미 방북 이전부터 작업을 진행해와 금강산 관광은 빠르면 가을께
부터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곧 유람선 도입과 함께 관광상품 개발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현대가 금강산 개발과 함께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자동차사업과
수리조선을 포함한 고선박해체사업.

특히 자동차사업은 이번 새로 들어간 것이어서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지
관심사다.

현대 관계자는 현대자동차가 중심이돼 북한에서 승용차를 조립하는 방안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리조선은 국내에서는 고임금 탓에 이미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분야다.

현대중공업이 부자재를 중국에서 제작, 조달하듯 북한에도 일부 공정을
의뢰할 수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는 원산 등지에 새로 도크를 파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

지난 3월 첫 결실을 맺었던 철차사업도 합작사업을 보다 확대한다는 구상
이다.

수리조선소와 마찬가지로 북측이 먼저 제안한 사업이다.

현대는 원산의 6.4 화차공장에서 화차를 시험제작하면서 북한의 기술 수준을
점검한 결과 "만족할 만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양산을 위해 50량을 추가 계약한데 이어 50량을 더 계약하기 위해 세부절차
를 밟고 있다.

현대가 이처럼 북한과 본격적으로 화차생산에 나선 것은 철도가 북한
운송수단의 약 90%에 이르는 등 철도산업이 잘 발달되어 있어서다.

특히 차량 부품 생산이 완비되어 있고 기존 기술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에 따라 고급 철도차량은 국내에서 생산하지만 화차등 저급 차량은
북한에서 생산한다는 구상이다.

현대는 앞으로 화차 양산을 위해 합작회사를 설립, 원산공장을 현대화시킬
계획이며, 점차 생산 규모를 확대해 러시아 등지로 수출키로 했다.

현대가 합작할 6.4 차량종합기업소는 북한에서 가장 생산규모가 큰 공장
이다.

각종 화차를 설계하고 연구하는 설계원까지 갖춘 전문 화차생산기지다.

현대정공이 추진하고 있는 컨테이너 합작사업도 곧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합작회사가 설립되면 현대와 북한이 영업과 생산을 나눠 맡고, 현대는
기술과 설비를 제공하고 북한은 토지 건물 인력을 제공키로 했다.

처음에는 연산 2만대 규모로 시작해 점차 생산시설을 늘릴 계획이며, 이를
위해 우선 5만평 규모의 부지를 확보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생산된 제품은 국내로 들여 오거나 북한에서 자체 소화시키기로
했다.

현대자동차의 조립공장 건설은 새로 추가된 사업이다.

실무자들간의 논의를 거쳐야 하지만 우선은 북한에서 조립해 중국으로
수출하는 방법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는 이와 함께 정 명예회장이 89년 방북당시 합의한 시베리아 및 극동
지역 공동개발사업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 김정호 기자 j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