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6년 9월 강릉에 북한 잠수함이 침투한데 이어 2년도 안돼 속초
앞바다에서 북한잠수정이 발견되자 대다수의 국민들은 번번이 구멍을
드러내는 군의 허술한 경계망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방북했던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의 귀환일인 23일 북한잠수정의 속초 앞바다
침입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주민은 물론 전국민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96년에는 새벽에 침투했던 잠수함이 이번에는 대낮에 잠수정으로 대담하게
모습을 드러냈기때문이다.

꽁치를 잡던 유자망에 걸려 그물을 돌보던 어부의 신고로 붙잡히지 않았다면
임무를 마치고 북한으로 돌아갔을 것이라는 게 지역주민의 공통된 반응이다.

동해안 어부들은 "대낮에 잠망경을 꺼내놓고 활동할 정도였다면 이 일대에서
매일 고기잡이를 하는 어부들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느냐"며 허술한 군의
경계태세를 비난했다.

회사원 김은식씨(46)는 "2년전 그렇게 큰 희생을 통해 교훈을 얻었을텐데
군은 도대체 무엇을 해왔는지 묻지 않을수 없다"고 꼬집었다.

실향민들은 특히 화해교류 분위기가 성숙해가고 있는 시점에서도 군사도발을
멈추지 않는 북한에 대해 불신감을 드러내면서도 "금강산 방문"이라는 다시
찾아오지 못할 기회가 또다시 무산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실향민 이철민씨(69)는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과 관련, "북한 잠수정은
어제만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항상 동해 밑을 오가고 있었다"며 "우리
국민안에도 이런 잠수정같은 고정간첩이에 대한 불신감을 드러냈다.

통천군민회 회원인 박병택씨(71)는 "어느때보다 남북화해무드가 무르익는
시점에서 북한이 함부로 처신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북한의 잠수정이 훈련중
자기도 모르게 실수로 넘어온 것이라 믿고싶다"고 말했다.

< 류성 기자 star@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