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구매 패턴이 바뀌고 있다.

올들어 신차보다 중고차를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중고차 거래대수가 신차 판매대수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국내에서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올들어 5월말까지 신차 및 중고차 매매대수는 76만여대.

이 가운데 62%가 넘는 약47만5천대가 중고차였다.

신차는 28만5천여대로 중고차보다 약19만대 적었다.

특히 5월중엔 신차 판매대수가 중고차 거래대수의 절반 남짓인 5만2천여대에
그쳤다.

이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는 매매량에서 처음으로 중고차가 신차를 앞지르게
된다.

중고차 인기는 최근 수년간 급격히 높아졌다.

90년대초까지도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 판매량의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준에
그쳤다.

90년의 경우 중고차 거래대수는 52만여대로 신차 판매대수의(95만여대)의
55%.

이 비율은 92년 48%로 떨어졌다가 96년 68%로 회복됐다.

신차와 중고차간의 매매량 역전 조짐은 지난해부터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97년 신차 판매대수는 약1백51만3천대.

경기침체로 96년보다 13만대 이상 줄었다.

반면 중고차 거래대수는 증가세를 지속해 96년 1백11만대에서 지난해에는
1백25만6천여대로 늘었다.

이 바람에 중고차 거래량은 신차 판매량의 83%선으로 껑충 뛰었다.

중고차가 신차를 앞지른 결정적 계기는 작년말 시작된 IMF경제위기다.

물론 IMF사태가 터진 직후엔 중고차시장도 크게 위축됐다.

월평균 10만대를 웃돌던 거래량은 5만~7만대로 급감했다.

그러나 지난 3월 10만대 수준을 회복했고 5월에는 1년전 수준을 넘어섰다.

반면 신차 판매량은 여전히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IMF경제위기로 자금사정이 나빠지면서 소비자들이 중고차로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IMF체제 반년동안 중고차 값이 많이 떨어진 것도 수요를 유발한 원인이
됐다.

최고 인기 모델인 쏘나타III의 경우 요즘 장안평시장에서 5백50만~6백20만원
(2천cc GLS 97년식 수동)에 팔린다.

이는 IMF사태가 터지기 직전에 비해 35% 가량 떨어진 값이다.

다른 차종, 다른 모델의 중고차도 대부분 이 정도 값이 떨어졌다.

신차와 중고차간의 매매량 역전현상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다소
엇갈린다.

어떤 이는 "자동차 구매 패턴이 선진국형으로 바뀌고 있는 증거"라고
말한다.

자동차산업이 성숙단계에 접어들면 신차 신규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중고차 거래대수가 신차 판매대수를 앞서게 된다는 것.

또 이때쯤엔 자동차를 신분의 상징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줄어 실속 위주로
자동차를 사게 되고 그만큼 중고차가 관심을 끌게 된다고 얘기한다.

반면 경기가 살아나면 다시 신차가 우위를 점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요즘의 중고차 우위를 IMF충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아직도 대다수 소비자가 자동차를 신분의 상징으로 여기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만 풀리면 다시 신차를 찾을 것이라는 얘기다.

매매량 역전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견해가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올해는 중고차 거래대수가 처음으로 신차 판매대수를 초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그 하나다.

연내에 신차 수요가 급격히 회복되기 어려워 지금의 매매량 역전현상이
뒤집히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많다.

올해의 역전이 자동차 구매 패턴을 바꿔놓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데 대해서도
대체로 얘기가 비슷하다.

전문가들은 "중고차 우위가 일시적이든 아니든 예전과 같이 무조건 신차만
찾는 소비자는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