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국의 달 6월에 귀순사업가들이 뜨고 있다.

평양냉면집 "모란각"을 경영하는 김용씨, "고향랭면"의 전철우씨,
"진달래각"의 최세웅.신영희씨 부부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이달 들어 서울 한복판에 속속 가맹점을 개설, 귀순자에서 "확실한
서울사람"으로 변신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요즘 한창 뜨는 사업가는 (주)철우네식품 사장 전철우(31)씨.

그는 지난 3월 "고향랭면"체인사업을 시작해 3개월만에 30개 가맹점을
열었다.

개업 준비중인 가맹점도 10여곳에 이른다.

특히 오는 29일엔 세종문화회관뒤 로얄빌딩에 광화문점을 오픈, 서울 도심에
진출한다.

"고향랭면"집은 북한 냄새를 풍기는 분위기로 고객을 사로잡는다.

이곳에서는 칠부 검정 치마에 흰 저고리를 받쳐입은 아가씨들이 음식을
나른다.

이들은 머리에 꽃을 꽂고 가슴엔 전씨 사진과 "고향랭면만세"가 새겨진
배지를 달았다.

한쪽 벽엔 1920년대 평양 대동문을 찍은 대형 흑백사진이 걸려 있다.

천장은 온통 고구려 고분벽화 투성이다.

그러나 전씨는 "단지 색다른 분위기 때문에 손님이 몰리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들른 손님이 많았으나 요즘엔 맛이 좋아 다시 찾는
단골고객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주요 메뉴는 메밀로 만든 고향랭면을 비롯 무학왕만두 옥류순대 등 20가지가
넘는다.

북한음식 체인사업의 원조격인 김용(38)씨도 요즘 활발히 활동중이다.

김씨는 전씨보다 1년 먼저 시작했다.

96년7월 일산에 평양냉면집 "모란각"을 냈고 지난해 5월 (주)오성케이엔
와이를 설립, 체인사업에 나섰다.

현재 가맹점은 25개.

지난 22일엔 명동점을 오픈,서울 도심에 입성했다.

김씨는 음식업을 시작하기 1년전 사기를 당해 91년 귀순이후 모은 돈을
몽땅 털린 적이 있다.

그는 "그때는 너무 외롭고 힘들어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을
수없이 느꼈다"고 했다.

그러나 1년뒤 신한은행에서 5천만원을 대출, 음식점을 차리고 새 삶을
시작했다.

그는 이제 세계시장을 노리고 있다.

미국 일본에 "모란각"분점 20여개를 열기로 하고 이미 계약까지 체결했다.

LA 샌프란시스코 하와이 시애틀 등에는 재미교포들이 올 하반기중 가맹점을
연다.

일본에선 로열티를 받고 대기업에 체인사업권을 주기로 했다.

김씨는 "해외 체인사업으로 외화를 벌어 IMF위기 극복에 미력이나마
더하겠다"고 말한다.

북한 최고의 엘리트였던 최세웅.신영희씨 부부는 최근에야 음식업에
뛰어들었다.

최씨는 외교관, 신씨는 만수대무용단 출신.

이 부부는 지난 4월 경기도 고양시 탄현지구에 냉면집 "진달래각"을 열었다.

지난 10일에는 청와대 뒷동네인 평창동에 제1호 가맹점을 오픈, 단숨에
서울 한복판으로 진입했다.

올 하반기에는 부산과 광주에도 가맹점을 열 예정이다.

외교관 시절 외환딜링을 했던 최씨는 "외환에 관한한 아직도 대한민국에서
내가 최고"라고 자부한다.

또 "외환딜링을 하며 익힌 분석력을 음식업에 활용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최씨는 지금 이런 자부심도 접어둔채 매일 손님들의 신발을 정돈하며
서비스업을 익히고 있다.

귀순사업가들은 요즘 마음이 가볍다.

5백마리 소가 판문점을 넘어 북으로 갔고 북한을 다녀온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냉면"이었다고 얘기했다.

더구나 지금은 냉면 성수기인 여름이다.

< 김광현 기자 khkim@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5일자 ).